한국계 미국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쿠팡의 실질적 지배자인데도 대기업집단 총수로는 지정되지 않는다. 업계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반응이며 나아가 동일인 지정 제도 자체의 존폐여부를 고민해야 할 때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내달 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할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쿠팡을 포함하고, 동일인(총수)은 김범석 의장이 아닌 법인인 쿠팡㈜으로 판단했다.

공정위의 동일인 확인 절차 시행 결과, 쿠팡은 그간의 사례, 현행 제도의 미비점, 계열회사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쿠팡㈜를 동일인으로 판단했다.

쿠팡 창업자 김범석(미국인)은 미국법인 Coupang, Inc.를 통해 국내 쿠팡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있음이 명백하나 △기존 외국계 기업집단의 사례에서 국내 최상단회사를 동일인으로 판단해온 점 △현행 경제력집중 억제시책이 국내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외국인 동일인을 규제하기에 미비한 부분(동일인관련자의 범위, 형사제재 문제 등)이 있는 점 △김범석을 동일인으로 판단하든 쿠팡㈜를 동일인으로 판단하든 현재로서는 계열회사 범위에 변화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김범석 의장이 사상 첫 외국인 '재벌 총수'가 되는 일은 없게 됐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외국인이 총수로 지정된 사례는 없었고, 한국GM, S-Oil 등이 모두 총수 없는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돼 있는 상태다.

쿠팡은 자산이 5조원을 넘어서면서 이번에 공정위의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됐다.

쿠팡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시장 성장에 힘입어 자산총액이 작년 한해동안 3조1000억원에서 5조8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1조 제4항에 따라 공정위는 매년 5월 1일까지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하고 있다. 이번 지정에 따라 쿠팡은 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시 및 신고 의무(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비상장회사 중요사항 공시, 기업집단 현황공시 및 주식 소유현황 신고),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 받는다.

김 의장은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아, 친족 및 인척의 주식소유현황 신고 의무는 지지 않게 됐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동일인(총수)과 그 특수관계인(친족 6촌·인척 4촌 이내)의 주식소유현황을 매년 공시기업지정 제출자료에 신고하고, 본인 회사나 친족의 회사가 있으면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적용된다.

이날 공정위 김재신 부위원장은 '2021년도 대기업집단 지정결과 브리핑'에서 "쿠팡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결과 현재 시점에서 김범석 의장 개인이 갖고 있는 국내 회사 또는 그 친족이 갖고 있는 국내회사는 전혀 없다"면서 "따라서 (동일인으로) 쿠팡을 지정하든 개인 김범석을 지정하든 계열 집단의 범위에 전혀 변화가 없고, 사익편취 규제 행위도 지금 시점에서는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이어 "그런 점에서 (김 의장이 외국인이라서 받는) 특혜논란은 좀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전경련에서는 "김범석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외국인 대주주를 동일인으로 지정한다면 외교적, 여러 실무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동일인 지정제도 존립 자체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1986년 폐쇄경제 시대에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만든 이 제도는 수출 중심의 현 경제 상황과 맞지 않을뿐더러, 이번 쿠팡 사태처럼 글로벌 경쟁 시대에 일어날 수 있는 복잡한 경제 상황을 더이상 포섭할 수가 없는 만큼, 효용성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효상 숭실대교수도 "글로벌 시대에 해외 투자를 많이 유치해야 상황에서, 동일인 지정 제도로 인해 한국이 '자산규모 5조원 넘기면 총수로 지정해 발묶어 놓는 나라'로 인식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대규모 투자 유치에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0년대에 만든 우리나의 후진적 잣대를 글로벌 기업에 갖다 대는 것 자체가 창피한 일"이라고 지적했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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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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