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갈피를 못 잡는 데는 정치권은 물론 정부와 경제 관료들조차 '비트코인'에 대해 명확히 개념 규정을 못하는 데서 비롯한 것으로 보여진다. 실체가 없는 유령 자산이라는 평가는 암호화폐의 제도권 도입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을 무색하게 한다.
이름부터 불명확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지칭할 때 가상자산, 암호화폐, 암호자산, 가상통화, 가상화폐 등 다양한 용어가 쓰이고 있다.
우선 정부와 한국은행은 '코인'에 '화폐'라는 말을 쓰는 것을 경계한다. 화폐는 가치의 저장, 가치의 척도, 교환의 매개 기능이 반드시 포함돼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정보' 형태로만 존재해 내재가치가 없는 대상에 '화폐'라는 용어를 붙일 수 없다는 이유도 내세우고 있다.
언론은 가상화폐와 암호화폐를 혼용하는데 언론사마다 제각각이다. 학계는 대체로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 기술을 활용한 화폐'라는 의미에서 '암호화폐'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영어권에서는 대체로 암호화폐(Cryptocurrency)라는 용어가 일반화돼 있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국회에 발의된 법률안에서는 가상통화(박용진 의원 발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가상화폐(가상화폐업 특별법)라는 용어도 사용되고 있다.
용어가 모호하니 이를 두고 벌어지는 '시장 거래'를 규정하는 것도 분명치 않다. 더불어민주당의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27일 원내 대책회의에서 "도박은 불법행위이지만 가상자산은 일종의 새로운 형태의 경제활동"이라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좀 더 전향적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가상자산이 화폐나 금융자산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무형이지만 경제적 가치가 있으니까 시장에서 거래가 되는 자산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입장은 단호하다. 그는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가상화폐 투자를 '잘못된 길'이라고 했고, '투자'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라는 개념도 성립할 수 없다고 했다.
관할 부처가 정해질 리도 없다.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가상화폐를 어느 부처가 맡을 지를 두고 신경전이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화폐의 성격조차 규정하지 못하다보니 부처간 역할 조정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은성수 위원장은 "금융자산이라면 당연히 금융위원회의 정책과 감독 대상이지만, 실체가 모호한 가상자산이기에 금융 당국의 소관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와 관련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거래소는 이제 특정금융정보법에 의해 금융위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며 "특금법은 금융위가 소관하는 법률이란 의미에서 가장 가까운 부처는 금융위가 아닌가 싶다"면서 "이걸 토대로 갑론을박을 벌여 주무 부처를 빨리 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암호화폐를 담당할 주무 부처도 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세는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코인 투자자들의 반발은 심한 상황이다.
홍 부총리는 "가상자산을 자본시장육성법상 금융투자자산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금융위원회의 의견"이라며 "주식이나 채권과 같이 민간의 자금을 생산적으로 모으기 위한 자산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소득이) 기타소득으로 과세되는데, 가상자산을 거래하면서 자산, 소득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세 형평상 과세를 부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과세는 별개 문제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윤형기자 ybr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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