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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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을 정식으로 면담한 최초의 일본인은 하마다 히코조다. 막부 말기인 1850년, 타고 가던 배가 일본 근해에서 폭풍을 만났다. 하마다는 바다를 표류하다 장장 50여 일만에 미국 상선에 의해 구조되면서 미국 땅에 발을 디뎠다. 그후 마카오로 갔다가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교육을 받고 1858년 미국 시민이 되었다. 이 때 미국 14대 대통령 프랭크린 피어스, 15대 대통령 제임스 부캐넌을 만났다.

일본에선 쇼군(將軍)은 물론 다이묘(大名)도 만날 수 없었는데, 미국에선 대통령이 반갑게 맞아주며 싹싹하게 악수까지 해주었다. 하마다는 감격할 수 밖에 없었다. 하마다는 미국 영사의 통역으로서 다시 일본으로 와 외교업무를 수행했다. 나중에 무역업에 종사하면서 영자신문의 내용을 일부 번역해 '해외신문'을 발간했다. 그래서 그는 '신문의 아버지'로 불린다.

최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미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스가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대면으로 만난 외국 정상이 됐다. 일본 정부는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 자국의 총리가 첫 번째 회담 상대가 되는 것에 목을 매어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만 해도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뉴욕으로 달려갔다. 대선이 끝난 지 불과 9일 만인 2016년 11월 17일 뉴욕의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역대급 '브로맨스'를 연출한 바 있다.

이번에도 일본 총리가 미국 대통령의 첫 번째 만남 상대가 됐다. 스가 총리는 자신이 '첫 번째'라는 점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이나 스가 총리를 좋아하기 때문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을 중국의 위협에 대항하는 교두보로 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는 '첫 번째'를 필사적으로 다투는 경쟁자가 일본 말고는 없는 탓이다. 다른 동맹국들은 몇 번째인가보다는 어떤 내용의 회담을 할 것인가에 중점을 둔다.

일본이 '첫 번째'라는 타이틀에 집착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얻은 게 무엇인가'라는 비판이 일본 내에서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용만 당했다" "속아 넘어갔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번 회담에서 일본은 미국이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을 들어주었다. 대만 문제, 홍콩과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 쿼드(Quad, 미국·호주·인도·일본 4개국 안보협의체) 강화 등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것들을 공동성명에 넣었다. 경제면에서도 5G, 반도체 등 중국을 겨냥한 신기술 협력 방침을 분명히 했다.

스가 총리가 얻은 것은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 열도와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한 지지, 그리고 화이자 백신 등이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올림픽 참가를 약속하지 않았다. 올림픽 개최를 위한 스가 총리의 '노력'을 지지한다고만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일안보조약 제5조가 센카쿠 열도에 적용됨을 재확인했지만 아직까지 미국은 센카쿠 열도의 주권이 일본에게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화이자 CEO에 읍소해 오는 9월까지 백신 2500만명분을 추가 공급받기로 했으나 정식계약이 아닌 구두 약속에 불과하다. 백신 강국들의 욕심은 끝이 없어 미국이 3차접종 '부스터 샷'을 결정하면 이 약속은 공수표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도 한국처럼 안전보장은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나라다. 전체 수출에서 대중수출 비율은 약 20%로 대미수출을 이미 제쳤다. 데이코쿠(帝國)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직접적인 대중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일본 기업 수는 약 1만3000사에 이른다. 저비용·거대시장이라는 중국 비즈니스가 붕 떠버리면 일본 경제에 성장은 있을 수 없다. 한국 경제 역시 마찬가지다.

바이든 대통령의 두 번째 대면 정상회담 상대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만남 순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용이 우선이다. 다음달 하순께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우리 국익의 중대한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을 반면교사로 삼아 지혜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한쪽에 '몰빵'하는 행위는 금물이다. 균형 잡힌 외교로 우리의 살 길을 찾아야 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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