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후 투자자 보호해야' 여·야 한 목소리
금융위·한은 등 소관부처 '가상자산 내재가치 없다' 반대

가상자산 투자 광풍이 불자, 정치권에서도 '이제라도 제도권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등 소관부처에서는 아직까진 부정적인 견해가 강하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에서 가상화폐 문제를 둘러싼 제반 상황을 점검해 이를 비상대책위원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성격이 모호한 가상화폐의 개념을 '가상자산'으로 보고, 거래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해 투자자를 보호할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영환 비대위원은 "거래소 폐쇄 같은 경고성 메시지로 투자자 불안을 가중하는 것보다 가상자산의 투명성과 거래 안정성을 확보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재산 은닉이나 가격 조작 등의 불법 행위 차단 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인 이광재 의원도 "미국 통화감독청은 은행에 암호자산 수탁업을 허용했고, 싱가포르는 중앙은행에서 암호자산 거래소를 운영한다"며 "우리도 가상화폐 시장을 제도화해 거래를 투명화함으로써 피해를 예방하고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돌아선 2030세대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려는 정치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도 지난 26일 "가상화폐 문제에 대해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국회에서 인준을 받으면 그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겠다"면서 "자칫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된다"고 투자자 보호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서도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암호화폐 문제를 놓고 정부와 여당이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고 있다"며 "투자자와 피해자를 보호하고 제도화를 연구할 태스크포스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등 소관부처에서는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경우 가상자산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며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정부가 보호할 수는 없다"고 했다. 또한 오는 9월까지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른 등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가상자산 거래소는 대거 폐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암호자산은 지급 수단으로 사용되는데 제약이 아주 많고, 내재가치가 없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소관 부처의 반대 입장이 분명해 국회에서 법안을 발의하더라도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설사 소관부처에서 '가상자산의 내재가치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가격 변동성이 극심하고 투기성이 강해 제도의 틀 속에 넣어 감독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현재 정부도 이달부터 6월까지 가상자산 불법행위 관련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 외에는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병탁기자 kbt4@dt.co.kr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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