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월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기업 영상 간담회'에서 노바백스사의 스탠리 에르크 대표이사와 영상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월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기업 영상 간담회'에서 노바백스사의 스탠리 에르크 대표이사와 영상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젠 '글로벌 백신 패권'경쟁이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구도에 백신패권 경쟁까지 더해졌다. 백신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선진국들은 방역 부진을 털어내고 빠르게 일상을 회복하고 있는 반면 한국과 일본처럼 방역에 치중하던 나라들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백신 거지'라는 자조섞인 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국, 중국 등은 백신을 정치적 무기로 삼아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을 기반으로 한 한국의 균형외교가 백신 수급이라는 문제를 놓고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미국은 26일(현지시간) 연방당국 차원의 안전성 검토를 마치는 대로 6000만 회분 분량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타국에 내놓기로 했다.특히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한 인도가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미국이 일본, 인도, 호주 등 '쿼드'(Quad)와 함께 백신 지원을 통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영향력 확대를 도모해온 점이 배포 과정에 고려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은 백신 지원마저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를 전략적으로 중시하고 있는 입장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쿼드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포함해 백신 협력을 최우선 순위로 삼아왔다"며 "인도는 미래를 위한 백신 생산·배포를 논의하는 우리의 쿼드 파트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백신 원료와 의료용 산소 관련 물자 등 다양한 긴급지원 제공에 합의했으며 코로나19 대응에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앞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전날 글로벌 제약 기업인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긴급히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원료물질을 인도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도와 국경 분쟁을 벌여온 중국도 인도에 방역 물품과 의료용 산소 발생기 등을 제공하며 우호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코로나19와 싸우는 인도 정부와 국민을 지지한다"며 "중국은 인도의 필요에 따라 지원과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이를 위해 인도측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는 이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인도에 의료용 산소 발생기 1000대를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한 물류회사도 마스크 30만 개를 기증하기 위해 인도와 접촉중이며 한 오토바이 업체도 마스크 20만 개를 기증했다.

유럽 주요국가들도 인도에 대한 지원에 팔을 걷어 붙였다.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트위터에 "우리는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EU는 인도의 지원 요청에 신속하게 응하기 위해 자원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먼저 인도에 산소 농축기와 호흡기 등 필수 의료장비를 1차로 보냈다. 프랑스 또한 인도에 수일 안에 산소 호흡기를 포함한 물품을 보내기로 했다.

백신에 대한 패권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노바백스의 스탠리 에르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코로나19 백신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접견에서는 한국과 노바백스 간 생산협력 확대 방안, 신속한 인허가 신청을 비롯한 백신의 국내 도입 방안 등이 다뤄질 예정이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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