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6일 문재인 정부를 향해 "세금은 징벌적 수단이 아니다. 조세정책을 정치적 갈라치기에 동원하지 말아야 한다"며 "국민을 집주인과 세입자로, 세금 많이 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정권 지지자와 반대자로 끊임없이 국민을 갈라치고 분열시키는 책동을 그만둬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안 대표는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세금을 사회를 위한 기여가 아니라 죄지은 사람이 내야 하는 벌금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 돈을 자기들 돈인 것처럼 생색내며 쓰고 있다"고 했다.
안 대표는 "세금은 우리 사회에서 열심히 일해 돈을 벌고 자산을 모은 사람들이 우리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도록 내는 기여금이다. 따라서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은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 자부심을 가지게 하고, 우리 사회에서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 문재인 정부는 어떻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금을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은폐하고, 인위적인 분노의 대상을 만들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며 "조세정책을 정책 실패의 은폐를 위해, 정치적 목적으로 국민들을 갈라치기 하기 위해 악용하고 있다. 국민 통합은 더욱 어렵게 되고 시장경제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고 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세금을 낼 바에야 다 쓰거나 뒤로 자식에게 물려주겠다'는 생각이 만연해지면서 공동체가 허약해지고 사회적 위화감 증대와 양극화 고착으로 귀결될 것이 자명하다는 게 안 대표의 설명이다.
안 대표는 또한 "세금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왜곡된 인식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바로 부동산 보유세와 종합부동산세"라고 짚었다. 원래 종합부동산세는 상위 1%를 대상으로 한 부유세로 설계됐으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대상자가 엄청나게 늘어났고, 앞으로 더욱 늘어날 상황에 직면했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기존 취지대로 과세 기준을 높이거나 조정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원래 취지에 비추어 과세 기준을 높여 부유층이 아닌 중산층까지 세금을 내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부동산 보유세 개편 역시, 일 주택자 부담은 최대한 경감시켜 드리는 것이 당연한 방향"이라며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부동산 자산이 총자산의 70%(2020년 기준 78%)가 넘는데,
이런 상황에서 다른 나라와 동일한 수준의 보유세를 과세하면 세금 내고 나서 쓸 수 있는 돈이 거의 없어 경제의 활력 자체를 떨어뜨린다"고 했다.
안 대표는 "부동산 양도세와 보유세를 둘 다 올리니 출구가 없어 오도 가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극히 당연한 인식에 대해 (여당은) 정치적인 공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보고 있으면서도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잘못된 사고와 오기 때문에 중단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다음 선거에서 더욱 엄중하게 심판하실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요구한다. 현 정권의 진정한 혁신은 스스로의 과오, 즉 '문 정부 지우기'에 나서는 것"이라며 "이제까지의 잘못을 바로잡고, 질서 있는 퇴각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그래야 여당의 대선후보가 백지에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 못하면 여당의 다음 대선후보는 누가 되더라도 현 정권의 무능과 위선의 덫에서 결코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안 대표는 여권을 향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관련해서 여당이 억지를 부리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라고 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승을 두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책임으로 말하는 것은 억지라는 반박이다.
안 대표는 "오랜 시간 묶였던 상황에서 규제가 풀려 거래가 가능하게 되면,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렇게 주택시장이 정상화되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공급이 늘어나면, 그다음으로 주택 가격 안정이 따라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이 당장 부동산 가격을 자극했으니 정책 방향이 틀렸다는 여당의 주장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어리석은 주장"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아직도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오만과 오기와 독선의 표현일 뿐"이라며 "단언컨대 이 정권이 어떤 말을 하더라도, 시장의 수요공급을 무시하고 인간의 건강한 욕망을 짓눌러 집값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만들어, 결국 청년들과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짓밟은 이 정권의 과오는 결코 씻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6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