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영화 새역사…한국인 최초 여우조연상 두 아들에게도 고마움 전해 "잔소리 덕분" "김기영 감독 살아계셨으면 좋아했을 것"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제공-연합뉴스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74)이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거머쥐며 한국 영화에 새 역사를 썼다.
25일(현지시각) 배우 윤여정은 로스앤젤레스(LA) 유니온 스테이션과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노장 배우임을 상징하듯 자연스러운 백발의 머리에 단아한 검은 드레스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수상 소감을 통해 "정이삭 감독님이 없었으면 이 자리에 설 수조차 없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날 윤여정의 톡톡 튀는 영어 수상소감은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했다. 윤여정은 "제가 사실 경쟁을 믿지 않는다. 글렌 클로즈와 같은 훌륭한 배우와 어떻게 경쟁하겠느냐"면서 "다섯 후보들 모두 다른 역할을 했기에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 다만 오늘 운이 좋아서 이 자리에 서게 됐다. 환대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윤여정은 "우리 두 아들이 저에게 일하러 가라고 종용을 하는데, 이 모든 것이 제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두 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첫 영화를 함께한 김기영 감독께 감사드린다. 살아계셨으면 정말 좋아하셨을 것 같다"는 소감으로 의미와 감동을 더했다.
한국인 배우가 오스카 연기상을 받은 건 윤여정이 처음이다. 이번 수상으로 윤여정은 '한국인 최초 오스카 연기상'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아시아 배우라는 기록도 세웠다.
미나리는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 공개 이후 크고 작은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100여 개가 넘는 상을 받았고 윤여정은 이 중 30여 개를 받으면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이번 시상식에 미나리는 여우조연상 외에도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미나리는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1980년대 남부 아칸소에 정착하는 한인 이민자 가정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 영화다. 윤여정은 딸 모니카(한예리)을 돕기 위해 미국으로 간 한국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아 가슴 뭉클한 연기를 펼쳤다. 김수현기자 ksh@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