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5일 "제가 겨울이면 코로나 대규모 확산이 있을 것이고, 빠르면 연말에 백신이 나올 테니 대비해야 한다고 했으나, 그때 정치인의 블러핑(bluffing·도박에서 자신의 패가 상대방보다 좋지 않을 때, 상대를 기권하게 할 목적으로 거짓으로 강한 베팅이나 레이스를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분이 청와대로 최근에 임명받아 가 계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기모란 신임 청와대 방역기획관을 임명한 것을 두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안 대표는 이날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 참석해 "저뿐만 아니라 여기 계신 많은 전문가도 (겨울 코로나 확산과 연말 백신 대비의 필요성은) 알고 있었던 사실 아니었느냐"며 "이런 문제들이 앞으로 더 많이 생길 것이 너무 두렵다"고 말했다.
앞서 기 기획관은 지난해 5월2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현실적으로 연말까지 백신이 나올 수 있나'라고 묻는 김어준 씨의 질문에 "그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정치인의 블러핑처럼 보이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했다. 연말에 백신이 나온다는 주장을 사실상 야권발 정치공세로 보고 선을 그은 것이지만, 실제로는 연말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안 대표는 또한 코로나19 초기 중국인 입국을 제한하지 않은 정부의 결정도 비판했다. 안 대표는 "그 당시 저와 여기 계신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에서 입국하는 외국인들에 대해서 입국 금지를 해야 한다고 주장을 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대만이 그랬다"며 "그 결과 1년이 지난 지금 대만에서의 확진자가 1100명 정도다. 사망자 숫자가 아니라 확진자 숫자가 우리나라 사망자 숫자보다 적다"고 했다.
이어 "4차 대규모 확산 초기에 와있지 않느냐.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부분들이 굉장히 많을 것 같은데, 문제는 남아공 변의 바이러스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아도 효능이 10%밖에 되지 않는다"며 "만약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나 다른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퍼진다면 우리가 지금 맡고 있는 백신이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될 수가 있다"고 했다.
안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지금 어떤 조치들이 필요한 것인가, 이제는 정부에서 우리 의사들을 포함해서 전문가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안 대표는 이날 전문가와 정부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미국에서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 당시 지휘본부의 사진을 예시로 들었다.
안 대표는 "정중앙에는 장군이 앉아있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구석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쳐다보는 사진, 대부분 보셨을 것이다. 그 사진이 뜻하는 바가 정말 크다고 생각한다"며 "군사 작전의 지휘는 대통령이 아닌 장군이 하고, 정부와 정치인은 어떻게 하면 지원을 잘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미국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라고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73차 정기대의원총회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