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지사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 추진 공식석상서 "문화 일대일로" 발언 논란 일각에선 "文대통령 북방정책과 연관" 反中 정서 확산 속 비난 여론 거세져 靑게시판엔 "강원 차이나타운 철회를"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문순 강원도지사.[사진=최문순 강원도지사 페이스북]
이른바 '강원도 차이나타운' 논란이 집권세력의 친중(親中)색에 대한 문제 제기로 확전될 전망이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 글이 23일 기준 동의 건수 64만을 돌파했다. 강원도와 마찬가지로 단체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경기 포천시에서까지 차이나타운 조성 의혹이 번지고 있다. 코로나19·초미세먼지 피해, 문화·역사 왜곡 갈등 등으로 누적된 여론의 반중(反中)정서가 일시적으로 폭발하는 것일 수 있으나, 논란 당사자들이 설화(舌禍)를 반복하면서 논란을 키우는 면이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앞서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춘천·홍천 라비에벨 관광단지 내 추진하던 중국복합문화타운 조성 사업을 두고 "'문화 일대일로'라고 이름 붙였다. '마음 속에 까는 일대일로'"라고 발언했다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중국 시진핑 정권이 내세운 대외 경제벨트 전략이다. 논란이 된 발언은 최 지사가 2019년 12월초 중국 베이징 현지 출범식에 참석한 가운데, '인민망'과 가진 인터뷰에서 나왔다. 인민망은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온라인 자회사이자 중국복합문화타운 사업 주체인 SPC(특수목적법인)의 핵심 참여자다. 최 지사 측은 지난 17일 강원도청 자료에서 "당시 정서로는 문제가 없었던 외교적 수사일 뿐"이라며 "중화사상 지지나 중국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에 21일 국민의힘 강원도 춘천갑 당협위원장인 김진태 전 의원은 "그럼 이건 뭔가요?"라며 최 지사의 '어록'을 추가로 꺼냈다.
해당 발언은 최 지사의 인민망 인터뷰보다 약 반년 앞서는, 2019년 6월27일 지역지(誌) 강원일보 보도에서 나왔다. 최 지사가 "속초~러시아 슬라비안카를 잇는 '해상 일대일로', 남북 동해안 철도를 잇는 '철도 일대일로', 중국문화를 복합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중국문화타운 설치 등 '문화 일대일로'까지 세가지 전략"을 소개하며 "앞으로 3~4년 후 강원도에서 기차를 타고 지린성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던 것이다. "중국의 일대일로와 문재인 대통령의 (신)북방정책이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기에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다"고도 했다.
2019년 11월13일 강원도의회 경제건설위원회 행정사무감사 제4차 회의록 일부(위), 2020년 12월 02일 강원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3차 회의록 일부(위).[사진=강원도의회 홈페이지 회의록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3월29일 게재된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4월23일 오후 1시 기준 동의 횟수 64만을 돌파했다. 이 청원은 게재된 지 불과 사흘차(3월31일)에 청와대 답변 요건인 '30일 내 20만 이상 동의'를 충족한 바 있다.[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2019년 6월26일 강원도와 중국 조선족자치구 길림(지린)성이 자매결연 25주년을 맞아 지린성 현지에서 '상생협력 공동선언문' 서약 회담을 가진 자리에서였다. 강원도에선 최 지사 외에 강원경제단체연합회장, 일부 도의원, 도 개발공사 사장, 한국산업단지공단 강원지역본부장 등이 대표단으로 따라 나섰을 만큼 큰 행사였다. '최문순 표 일대일로' 구상이 뿌리가 깊다는 해석이 가능한 데다, 문 대통령의 신(新)북방정책 구상과의 연결성까지 드러나 눈길을 끈다.
이는 경준해(쥥진하이) 길림성 성장(省長)이 "지린성과 강원도가 실질적으로 (각종 협력을) 추진할 수 있으려면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한국의 신동북아 경제 정책을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자 화답하는 차원이기도 했다. 길림성 측 '길림신문'의 같은해 6월28일 기사에 따르면, 쥥 성장은 "길림성은 동북아의 기하학적 중심에 있으며 중국 '일대일로'가 북방으로 개방하는 중요한 창구"라며 "길림성과 강원도는 글로벌 상호연결을 중점으로 바다와 육지를 통합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신문은 약 4달 뒤 10월23일자 기사에선 "최 지사에 따르면 2만톤급 크루즈가 운행하는 동북아 항선이 명년(2020년) 3월부터 한국·중국·러시아·일본을 오가게 된다. 이에 따라 강원도와 훈춘-장춘과의 인류, 물류 및 관광의 황금로선이 활성화되면서 중국의 '일대일로'와 한국의 '신북방정책'의 융합에서 강원도의 역할이 더 뚜렷해진다"고 해설하기까지 했다.
최 지사 뿐만이 아니라 도청·도의회 차원의 설화도 잇따른다. 여론의 반감은 '강원도가 차이나타운 건설을 의도했다'는 데서 표출되고 있지만, 최 지사 측은 논점 비틀기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앞서 공교롭게도 드라마 '조선구마사' 폐지론이 확산하던 지난달 하순쯤, 인민망·코오롱글로벌·대한우슈협회로 구성된 SPC가 주주총회를 열고 중국복합문화타운의 사업명칭을 '한중문화타운'으로 변경하면서 사업비를 기존 6000억원에서 1조62억원으로 대폭 늘려 연내 착공을 목표로 추진한다는 지역지 보도가 나왔다.
도청은 지난 17일 자 자료에서 사실상 이를 반박 대상으로 지목하고 "추진주체들인 민간기업 등이 투자 유치활동을 벌여왔으나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사실상 일당독재국가의 관영매체가 '투자 유치 담당'으로 참여해왔는데 "100% 민자방식"이라고 강조하는 건 어색하다.
지난 2년간 강원도의회 경제건설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회의록에는 안모 글로벌통상국장(3급)이 인민망을 "핵심 투자자"로 지칭한 사례가 적지 않다. 2018년 12월 강원도와 인민망·코오롱글로벌·내외주건·대한우슈협회 5개 기관이 중국복합문화타운 사업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 2019년~2020년 민주당 도의원들 중심으로 누차 "진도가 전혀 안 나가고 있다"며 진행상황을 캐물을 때마다 통상국장은 투자 유치 작업이 부진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사업 구상 관련 지나친 친중색의 논의가 오간 흔적도 있다. 지난해 12월2일 자 강원도의회 예결특위 회의록에 따르면 기획행정위 소속 허소영 민주당 의원은 "(최 지사가 구상한) 소림사·중국정원 이런 것은 스토리텔링이 되는 것이 아니다"며 "(6·25 전쟁 당시) 화천에 많은 중공군이 와서 사망하지 않았나. 제3국 싸움 때문에 죽은 것이다. 영혼을 우리가 잘 위로한다든지, 이런 것이 (중국인들에게) 여행이 될 수 있겠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안 통상국장은 "화천의 '상감령 전투' 이런 부분들이, 중국에서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지고 그래서 한중문화복합타운에 저희가 같이 담아서 하겠다"고 전향적인 답변을 내놨다. '상감령전투'는 한국군이 '저격능선전투'라 부르는 고지전의 중국식 명칭으로, 중국은 철원 오성산 능선에서 1952년 10월4일부터 43일간 벌어진 이 전투에서 한·미 연합군에 대승했다고 선전한다. 북한군의 남침으로 촉발된 6·25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의 침략에 맞서 북한을 도운) 전쟁'으로 규정하는 중국공산당은 지난해 7월 미·중 갈등 국면에서 관영 CCTV를 통해 1956년작 '상감령' 선전영화를 방영하기도 했다.
포괄적인 전쟁·분단 가해국 정권의 입장에 치우친 기념사업을 한국 땅에서 벌여줘야 할 타당한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