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했을 뿐 아니라 남녀에 따라 20대의 표심이 달라 정치권은 충격에 빠졌다. 박영선 여당후보(39%)와 오세훈 야당후보(57%)의 득표율 격차는 예상보다 컸다. 출구조사를 보면 20대 남성(이대남)은 72%가 오 후보를, 22%가 박 후보를 선택했다. 반면, 20대 여성(이대여)의 44%는 여성인 박 후보를, 41%는 남성인 오 후보를, 15%는 군소정당 후보를 선택했다.
이 결과를 정치권은 이대남과 이대여의 갈등으로 본다. 여당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던 이대남이 돌아선 이유가 페미니즘에 있다고 보고, 군 가산점 부활이나 여성의 군사훈련을 거론한다. 문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말할 정도로 여당이 페미니즘에 기울었지만 문 정권의 페미니즘에는 오류가 있었다는 점은 놓치고 있다. 페미니즘을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대여의 박 후보 지지율은 전체 득표율보다 조금 높고 군소정당이 여당 표를 흡수했다.
이대남과 이대녀가 정도만 차이 날 뿐 여당을 외면한 이유는 페미니즘이 위선에 빠진데 있다. 문 정권의 페미니즘은 소수의 여성운동가들에게 출세의 기회였지만 평범한 이대녀는 취업기회조차 잡기 어려웠고, 성대결을 부추겨 이대남의 피해의식만 키웠다. 이대녀는 이대남보다 취업난이 심하다. 여성정책연구원에 의하면, 15-29세 여성의 고용은 악화해왔으며 작년 9월 기준 취업자 감소폭은 남성보다 3배 컸다. 그러나 대학진학률과 학점은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높고, 대학을 졸업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남학생이 길다.
작년 10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공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결과도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차이가 작지만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점수가 높았다. 이러한 교육과 취업사이의 모순에 이대녀는 불만을 느낄 수밖에 없지만 페미니즘은 이런 모순을 해결하는데 담을 쌓았다. 교육이 취업에 필요한 스킬을 키우지 못하고 이공계 출신이 취업이 잘되지만 여성의 기술교육은 뒷전으로 제쳤다.
문 정권의 페미니즘은 여성의 기대수준을 높였지만 여성 내부의 불평등도 키웠다. 문 정권 이전에 이미 교육에서 남녀차별이 없어진 것은 물론 노동에서도 법으로 차별이 금지되었지만, 부모의 후광과 뒷바라지에 따라 여성의 취업기회는 물론 임금생산성의 차이가 커졌다. 오히려 근로시간운영 등 남성에 유리한 경직적인 노동시장제도를 더 경직화시켜 여성의 취업기회는 줄고 여성의 비정규직화문제는 커졌다.
이렇게 해서 발생한 고용과 소득의 불평등을 남성에 원인을 돌리며 여성 인권 강화에 매달렸다. 하지만 기성세대의 기득권계층이 만든 진입장벽이 불평등의 중요한 이유라는 점은 외면했다. 엉뚱한 처방에 매달린 결과 20대의 사회에 대한 불신과 미래에 대한 불안은 크다. 통계청이 작년에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를 보면, 우리 사회를 믿을 수 없다는 응답이 20-30대는 55%로 다른 연령층보다 높다. 또 스스로 노력해 본인 세대에서 계층이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2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또 스스로 노력해 본인 세대에서 계층이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2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여야를 막론하고 내년 대선에서 이기려면 페미니즘의 오류를 해결해야 한다. 페미니즘을 이용하면 이대남은 더 멀어지고 이대녀의 표심도 잡을 수도 없다. 이대남 못지않게 이대녀도 취업기회에 목말라하며 교육과 노동시장 등 제도개혁을 원한다. 여당이 서울시장선거에 참패한 이유는 20대의 실제 실업률이 26% 이상으로 치솟게 해놓고는, 청년수당이나 청년배당 등 용돈주기 식으로 불만을 달랜데 있다.
이대남과 이대녀 모두 일자리다운 일자리를 원한다. 통계청의 2019년 사회조사에서 향후 늘려야 할 복지 서비스는 고용지원서비스가 32.5%로 소득지원서비스(16.4%)보다 2배 많고, 20대는 고용지원서비스가 43.7%로 소득지원서비스(13.4%)보다 3배 이상 많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작년에 발표한 2019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를 보면 소득이 더 공평해져야 한다는 응답은 20대가 16%로 가장 낮은 반면, 노력하는 만큼 소득에 차이가 나야한다는 응답은 59%로 높은 축에 속한다(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