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공기업 부채·공사채' 보고서
국내총생산 대비 23.5% 최고
"공사채 국가보증채무에 포함하고
자본규제 적용 대상에 넣어야"

우리나라 일반 공기업(금융공기업 제외) 부채가 약 388조원으로 사실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물론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공기업 부채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 발행하는 모든 공사채는 국가보증채무에 포함시키고, 은행처럼 자본 건전성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공기업 부채와 공사채 문제의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비금융 공기업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3.5%(IMF 추정치)로, 부채보다 자산이 훨씬 많은 노르웨이를 제외하면 OECD 회원 33개국 가운데 가장 많다. 33개국 평균 부채비율인 12.8%의 거의 배에 달한다.

공공부문 부채가 많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17.2%)은 물론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의 공기업 부채보다 훨씬 높다.

IMF와 세계은행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계산한 2019년 기준 우리나라 비금융 공기업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20.6%로 역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으며, 기축통화국인 영국, 캐나다. 일본 등에 비해서도 월등히 많다.

2019년 기준 일반정부(중앙+지방정부) 부채 대비 일반 공기업 부채 비중은 48.8%로 선진국은 물론 콜롬비아(18.2%), 포르투칼(2.7%) 등 개발도상국보다 훨씬 높았다.

이같은 일반 공기업 부채가 급증한 시기는 무분별한 해외 자원 개발사업에 나선 이명박 정부 시절이다. 이로 인해 한국석유공사는 2020년에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광물자원공사는 그보다 앞선 2016년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2020년까지 잠식 자본 규모가 4배 이상 급증했다.

지금까지 국내 금융공기업 부채 통계는 없지만, IMF와 세계은행 DB를 통해 추정하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금융공기업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62.7%로 역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KDI 추산했다.

그간 공기업들이 자본잠식, 적자 지속 등 재정 건전성이 심하게 악화해도 Aa2라는 미국 국채에 버금가는 신용도를 바탕으로 손쉽게 공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실제 공기업 부채의 50% 이상은 공사채로 인한 부채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채권 시장에선 국채보다 공사채 시장 규모가 훨씬 큰데, 이는 주요국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되는 현상이라고 KDI는 설명했다.

대다수 공기업 관련법에는 정부가 유사시 결손을 보전할 수 있다거나, 51% 이상 절대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고 조항이 있어 공기업이 암묵적인 지급보증 혜택을 누리고 있다. 공기업 부채는 유사시 정부가 책임질 수밖에 없는 국가채무로 전환되고, 결국 국민세금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엄격히 관리돼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관리와 통제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KDI는 지적했다.

KDI는 이같은 공기업 부채 문제 해소를 위해 앞으로 모든 공사채는 원칙적으로 국가보증채무에 포함하고, 공기업 위험수준을 평가해 위험도에 따라 국가가 공기업에 보증수수료나 담보를 요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 규제처럼 공기업도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준수토록 하는 자본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평상시에는 일반 채권과 같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지만, 발행기관의 재무 상태가 악화하면 해당 채권이 그 기관의 자본으로 전환되거나 원리금 지급 의무가 소멸하는 '채권자-손실분담형'(베일인) 채권을 공기업에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KDI는 덧붙였다.

김승룡기자 sr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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