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갱신청구권 한쪽에만 유리
임대인 악으로 몰아 세워 부당
제도 철회 요구 청원글 잇따라
"임대차시장 혼선 우려" 경고도

한 시민이 서울 송파구, 강남구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을 바라보며 전화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시민이 서울 송파구, 강남구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을 바라보며 전화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의 주택임대차보호법 중 계약갱신청구권과 관련해 세입자에 유리한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세입자가 집주인과 임대차 계약 갱신을 하지 않고 종료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말을 바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더라도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세입자 A씨는 작년 7월 30일 임대차 계약 만료 3개월을 앞두고 집주인 B씨에게 "임대차 계약을 연장할 것인지 종료할 것인지 지금 결정해달라"며 "연장할 의사가 없다면 이사갈 곳이 있으니 빨리 답변해달라"고 재촉했다. 세입자 A씨가 집주인 B씨를 압박한 것은 임대차3법이 시행되기 하루 전이다.

집주인 B씨는 세입자 A씨에게 "임대차 계약 연장은 어려우니 이사 갈 곳과 협의하라"고 말했고 세입자 A씨도 "알겠다"고 답변했다.

이후 집주인 B씨는 새로운 세입자 C씨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고 작년 8월 3일 세입자 A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세입자 A씨는 일주일 만에 입장을 바꿔 "이사를 가지 않겠다"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고 이사를 가지 않았다.

세입자 A씨의 변심 때문에 집주인 B씨는 새로운 세입자 C씨와의 계약을 파기하면서 C씨에게 계약금 전액을 반환하고 별도로 1000만원 위약금을 배상했다.

법원이 계약갱신청구권과 관련해 세입자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달에는 집주인이 실거주한다는 의사를 밝혔더라도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면, 집주인이 집을 비워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당시 법원은 새 집주인이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치기 전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고 기존 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거절할만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원 판결 소식에 누리꾼들은 "임대인도 국민인데, 입맛대로 법을 소급 적용시키고 무조건 임대인만 악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임대차법이 집주인에게 너무 불리하다며 제도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노후 대책으로 건물을 샀는데, 임대차 법이 생긴 이후로 세를 놓기가 너무 어려워졌다"며 "특히 전세에서 월세로 바꿀 때는 전환이 잘 되지 않을 뿐더러 금액도 임대인에게는 절망적인 수준으로 산정된다"며 "임대인에 불리한 임대차 법을 철회해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주인과 세입자가 균형적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임대차 시장이 큰 혼선을 빚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민경 법무법인 명도 변호사는 "법률행위에 있어서 의사의 합치가 있었는데 이를 무효로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번 판결은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 내용 중 '사전에 나가기로 합의가 되어도 번복하고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해설과 일치한 판결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법은 집주인과 세입자의 균형적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데, 주택 임대차 법이 너무 세입자 쪽에 편향되어 있다"며 "이 때문에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면접하듯이 까다롭게 대하게 되면 임대차 시장에는 더 큰 혼선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처럼 전월세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손해를 감안해 전월세 가격을 더 높게 받는다면 결국 세입자만 불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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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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