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포스코·효성 등 대기업 중심 공격적 투자에도 아직은 역부족 美·獨·프랑스 3강 생산량 월등 "정부 지원·국제 협력 나설 때"
SK(주)가 투자한 미국 플러그파워 공장의 수소 충전기 모습. SK제공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수소경제'라는 단어가 세계 각국에서 빠르게 부상하면서 국내 업체들도 관련 시장 공략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곳은 SK그룹이다. SK그룹의 투자 전문 지주사인 SK㈜는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 등 관계사의 전문 인력 20여명으로 수소 사업 전담 조직인 '수소 사업 추진단'을 만들었다. 이어 올 초 수소연료전지 제조와 충전소 건설 등 다수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플러그파워의 지분 9.9%를 인수하는 등 기술 확보에 힘쓰고 있다.
SK E&S는 2025년까지 약 5조3000억원을 투자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청정수소 25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청정 수소 생산기지를 보령 LNG(액화천연가스)터미널 인근지역에 구축하는 등 총 28만톤 규모의 액화수소 공급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수소차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인 현대차는 에어 리퀴드, 블룸 에너지, 차트 인더스트리, 커민스, 린데, 쉘, 도요타 등 글로벌 기업 11개사와 함께 수소 연합체인 '하이드로젠 포워드'를 결성했고, 국내에서는 '한국판 수소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2030년까지 연간 수소전기차 50만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70만기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중국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등 글로벌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2030년까지 육상과 해상에서 수소의 생산에서부터 운송, 저장, 활용에 이르는 수소 밸류 체인을 구축한다는 '수소 드림 로드맵'을 지난달 공개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한국선급과 손잡고 현재 세계 첫 수소선박 국제표준을 공동 개발 중에 있다.
포스코는 2030년부터 2050년까지 단계적으로 수소생산능력을 확충하고, 궁극적으로 친환경 그린수소 연간 500만톤 규모를 국내에서 생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존 석탄을 수소로 대체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도 본격 착수했다.
정유화학과 철강 등 업계 별로도 활발한 투자 활동을 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미국 펜실베니아주에 있는 에어프로덕츠&케미컬스(APD)와 손잡고 2025년까지 블루수소 10만톤을 생산 판매할 계획이고, 에쓰오일은 연료전지 기반 에너지 솔루션 제공업체인 퓨얼셀 이노베이션스(FCI)에 투자해 지분 20%를 확보했다.
이 밖에도 효성은 린데그룹과 함께 2022년까지 총 3000억원을 투자해 액화수소 생산, 운송, 충전시설 설치와 운영을 망라하는 밸류체인을 구축 중이고, 전국 주요 거점지역에 120여개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의 경우 당진공장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로부터 연간 3500톤 규모의 수소전기차용 수소를 생산 중인데, 앞으로 투자 규모를 늘려 이를 최대 3만7200톤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수소차 세계 1위인 현대차를 제외하면 국내 수소경제 인프라 경쟁력은 열악한 편이다. 예를 들어 세계 수소 생산의 3강은 미국 에어프로덕츠&케미컬스(APD)와 프랑스의 에어리퀴드, 독일의 린데그룹 등이 꼽히는데, 이 가운데 에어리퀴드의 경우 연간 생산량이 무게로 환산하면 약 120만톤에 해당하는 140억㎡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18년 기준 국내 전체 생산량(약 13만톤)의 9배가 넘는 규모다.
에어프로덕츠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남부 루이지애나주와 텍사스주에 총연장 500㎞가 넘는 수소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린데 역시 독일 동부 라이프치히의 근처에 100㎞가 넘는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도 수소 인프라 확대를 위한 민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총 37조원의 민·관 투자를 진행해 세계 1위 수소경제국으로 입지를 굳히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수소차 20만대 보급과 수소충전소도 450대 설치 등의 목표가 들어있다. 아울러 오는 2040년까지 발전용 연료전지 15GW를 보급해 관련 시장을 2018년과 비교해 50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 15.1% 수준인 신재생 발전설비 비중을 2030년 33.1%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정귀일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수소경제는, 신재생에너지, 가스, 석유화학 등 산업과 전방으로 연계돼 있고, 기존 운송 인프라 등 활용도가 커 산업간 융합도가 높은 미래산업"이라며 "국내의 부족한 생산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해외에서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국내에 도입하기 위한 세부계획 마련과 국제협력의 본격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범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우리보다 앞서 있는 유럽 등 선진 정책 사례로부터 정책을 개선해 한국의 그린수소 생산이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