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재보선 지원중 "대구 경제 꼴찌"라며 "당 보고 뽑아서"
4년 전 대선후보 文과 판박이…1인당 총생산만 내세운 반쪽 주장
김영춘·박재호·이해찬·홍익표·문용식…5년래 PK·TK 유권자 수난

지난 2017년 4월17일 19대 대통령선거 활동 기간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운데)가 대구 경북대를 방문해 유세하던 모습. 그는 이 자리에서 "대구의 1인당 지역 내 총생산이 무려 24년간 전국 꼴찌"라며 "전국에서 제일 못 사는 광역시가 대구다. 이 정도면 지금까지 지역정치 독점해왔던 정치인들 책임져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로부터 약 4년 뒤인 2021년 3월31일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선거운동 현장지원에 나선 이광재 의원이 "대구 경제는 전국 꼴찌"라는 언급을 답습하며 "사람을 보고 뽑은 게 아니고 당을 보고 뽑았기 때문"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초래했다.[사진=문재인 대통령 공식 네이버 블로그]
지난 2017년 4월17일 19대 대통령선거 활동 기간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운데)가 대구 경북대를 방문해 유세하던 모습. 그는 이 자리에서 "대구의 1인당 지역 내 총생산이 무려 24년간 전국 꼴찌"라며 "전국에서 제일 못 사는 광역시가 대구다. 이 정도면 지금까지 지역정치 독점해왔던 정치인들 책임져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로부터 약 4년 뒤인 2021년 3월31일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선거운동 현장지원에 나선 이광재 의원이 "대구 경제는 전국 꼴찌"라는 언급을 답습하며 "사람을 보고 뽑은 게 아니고 당을 보고 뽑았기 때문"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초래했다.[사진=문재인 대통령 공식 네이버 블로그]
4·7 재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 여권발(發) '영남권 지역감정 조장'이 새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자 강원도 출신 대표 정치인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강원 원주시갑·3선)이 부산 선거지원 현장에서 뜬금 없이 '대구 비하'를 꺼내 들어 불이 번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 의원은 민주당 부산시장 보궐선거 선대위 회의에 참석해 "지금 대구 경제는 전국 꼴찌"라며"사람을 보고 뽑은 게 아니고 당을 보고 뽑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구 경제를 꼴찌로 낙인 찍은 뚜렷한 근거는 내놓지 않았다. 게다가 2016년 제20대 총선 때만 해도 민주당 출신 대구 지역구 국회의원 둘(수성구갑 김부겸·북구을 홍의락)을 만들어 준 주체가 누구인지 까먹은 듯하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부산 경제가 일어나려면 사람을 보고 뽑아야 한다"고 했다. 부산의 시민들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민주당 최초 민선 부산시장'으로 만들어 줬는데 '성추행 보궐선거'로 보답해놓고도 나온 언급이다.

그러자 권영진 대구시장이 1일 공개 SNS로 이 의원을 겨냥 "지역주의 망언"이라며 "진정성 있는 사과 없이 이 의원은 다시는 대구 땅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을 말라"고 경고했다. 비교적 보수색채가 옅고 홍의락 전 의원을 경제부시장으로 품어 협치(協治)를 시도 중인 그가 '불'을 뿜은 것이다. 권 시장은 "대구를 비하하고 지역주의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그의 행태는 나라를 망치는 구태정치의 전형"이라며 "현 집권세력의 한 축은 늘 그런 식이었다"고 지적했다.

'늘 그런 식이었다'는 건 틀린 말이 아니다. 이 의원의 '대구 경제 꼴찌' 주장을 가장 닮은 사례로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9 대선을 앞두고 3월·4월 대구 유세에서 반복했던 "대구의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이 무려 24년간 전국 꼴찌"라고 언급했었다. "전국에서 제일 못 사는 광역시가 대구"라고도 했다. "지역정치 독점"을 탓하며 표심을 자극하는 게 본론이었다. 그러나 이는 여러 지역 경제 수준 지표 중 하나만 내세운 '반쪽 짜리' 주장이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 17개 주요 시·도의 '1인당 GRDP' 지표 기준으로 대구는 2019년까지 줄곧 최하위에 놓인 게 맞지만, '1인당 개인소득' 지표를 보면 9위(2019년)에 오른다. 경북의 경우 '1인당 GRDP'가 대구의 약 2배로 중상위권이지만 '1인당 개인소득'은 오히려 대구보다 낮다. 대구시민들이 권역 밖에서 돈을 벌어오는 경우가 많다는 특성을 추정할 수 있다. 민주당은 불만스러운 TK(대구·경북) 표심과 지역경제를 직결시키려 했으나 논거가 빈약하다.

이외에도 현 여권발 영남권 비하 발언이 적지 않다.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는 지난달 26일 "우리 부산은 규모는 큰데 3기 암환자와 같은 신세"라고 발언했다. 지난 1월29일 박재호 의원은 부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산에 계시는 분들은 조중동, 티조, 채널A를 너무 많이 봐서 어떻게 나라 걱정만 하고 계시는지 한심스럽다"고 했다. 지난해 4·15 총선 9일 전 이해찬 당시 당대표는 부산 현장 선거대책회의에서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왜 이렇게 부산은 교통 체증이 많을까', '도시가 왜 이렇게 초라할까'"라고 말했다. 같은해 2월25일 홍익표 당 수석대변인은 코로나19 관련 고위 당정청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대구와 경북 청도 지역을 "통상의 차단 조치를 넘는 최대한의 봉쇄 조치 시행" 대상으로 언급했다가, 중국의 '우한 봉쇄'를 떠올린 여론의 비난을 샀다. 2017년 5·9 대선 사흘 전 저녁 문재인 대선후보 선대위 문용식 가짜뉴스대책단장은 SNS에 "이 시각 PK(부산·울산·경남)의 바닥 민심이다. 패륜집단으로의 결집이 무서울 정도"라며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지지세를 폄하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오랜 5·18 민주화운동 폄하 논란을 의식한 듯 '호남 읍소'를 이어가고 있어 대조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광주를 임기 중 세번째로 찾아 5·18 사죄 행보를 보였다. 오월단체와 간담회에서 5·18을 "누구도 역사적·법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못 박고 광주 정신을 자유와 민주주의 회복의 기준으로 거론했다. 이외에도 차기 총선 비례대표 공천 당선권에 호남 우선 배정, 국회의원들의 '호남 제2 지역구' 캠페인 등 구애 행보를 벌이고 있다. 호남권이 정부·여당이 주도한 '28조 예타 면제' 논란의 부산 가덕도신공항특별법 통과를 17개 시도 중 '나홀로 과반 찬성'(3월1일 발표 리얼미터 여론조사)할 만큼 여권 지지세가 여전히 견고한 상황에서다. 야당의 행보에서 '서울의 호남 출신 유권자를 붙잡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지만, 대오를 무너뜨리지 않는 모습 자체는 인상적이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한기호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