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민주당이 부족했다"
文·黨 지지율 바닥에 몸 낮춰
靑 "부동산, 한국적 현상 아냐"
국힘 "현실 제대로 못 봐" 비판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1일 국회에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1일 국회에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냉랭해진 부동산 민심이 4·7 재·보궐선거에 악재로 작용하자 '정부·여당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납작 엎드렸다.

그러나 청와대는 "부동산 가격 급등이 한국적인 현상만은 아니다"라고 당과 결이 다른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 지도부가 연이어 내놓은 사과의 의미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민주당이 부족했다"고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잘못된 관행의 청산과 권력기관 개혁 등 많은 노력을 해왔고, 적지 않은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LH 사태를 계기로 불공정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생활 적폐의 구조적 뿌리에는 개혁이 접근하지 못했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됐다"면서 "집값 폭등과 부동산 불패 신화 앞에 개혁은 무기력했다. 또한 청년세대의 마음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고 사죄했다. 이 선대위원장이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앞에 사과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직무대행까지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다. LH 사태가 선거를 뒤흔들고 있는데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도 바닥까지 떨어지자 몸을 낮추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김 직무대행은 "민주당은 LH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투기 근절과 부동산 적폐청산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놓겠다. 합동특별수사본부의 수사 결과 잘못이 드러난 공직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처벌하겠다"면서 "내로남불 자세도 혁파하겠다. 스스로 더 엄격하고, 단호해지도록 윤리와 행동강령의 기준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김 직무대행은 특히 "내로남불 자세도 혁파하겠다"고 했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연루 의혹이 이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전세보증금 인상 논란과 박주민 의원의 월세 인상 등으로 도덕적 타격이 커진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김 직무대행은 "민주당은 개혁의 설계자로서 스스로에게 더 엄격하고, 단호해지도록 윤리와 행동강령의 기준을 높이겠다"면서 "권익위원회의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누구든 예외없이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묻겠다. 그밖에 당 구성원의 비위 행위에 대해서도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김 직무대행은 또 LH 사태 후속조치로 주거지원대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더 공정하고, 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면서 "투기는 차단하되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집마련 기회를 대폭 확대하겠다. 부동산 정책 중에서 보완할 것은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하고, 2·4 공급대책 관련 입법을 조속히 처리해 서민 주거를 안정시키겠다"고 했다. 이 선대위원장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내 집 마련 국가책임제'와 '50년 모기지 만기 국가보증제'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 직무대행은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으로의 회귀로 귀결되는 것을 경계했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당선될 경우 차기 대선 정국까지 흔들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김 직무대행은 "민주당에 대한 실망 때문에 과거로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 1주일, 한 달 안에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풀어서 부동산을 다시 투기판으로 만드는 투기사회, 부자와 가난으로 지역과 계층이 구별되는 차별사회, 철거민의 생존 몸부림이 폭력으로 규정돼 죽음에 이르게 되는 야만사회, 불법사찰의 유령이 배회하는 통제사회였던 이명박 박근혜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다"며 "집값 폭등과 투기에 대한 분노 때문에 집값을 올리려는 토건투기세력을 부활시켜서는 안 된다. 더구나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는 후보에게 서울과 부산을 맡길 수 없다. 국민을 속이고 대통령에 당선돼 국가에 큰 해악을 끼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교훈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직무대행은 "민주당에 기회를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며 "지난 4년간 요동치던 집값이 안정화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책임지고 부동산 안정과 주택공급을 결자해지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다.

반면 이호승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부동산 정책에 대해 많이 실망하고 어려운 점도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고 했으나 "한국적인 현상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국정 후반기에도 부동산 정책 기조의 변화는 없을 것임을 시사한 발언으로 읽힌다.

이 정책실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취임 후 처음 기자들과 만나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풀리고 자산가격과 실물가격이 괴리되면서 더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부동산 가격 급등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 실장은 "선거를 앞두고 여러 가지 다양한 제안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와 무관하게 중앙정부·광역지자체·기초자치단체와 마음을 모아서 공급을 늘리고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데 같이 노력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이 실장의 발언은 여당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황비율(DTI) 완화나 공시가 상승률 제한 등의 제안에 선을 긋는 것으로 해석된다.

야당은 이 정책실장이 현실을 제대로 적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종기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주택가격 변동의 71%가 국내요인의 영향을 받았고 상승률도 주요국가에 비하여 훨씬 높다고 평가했다. 가격 상승의 주요원인으로 '신규 아파트 공급축소, 전세가격 상승, 향후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를 들었다"면서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현실 인지력이 낙제점이다. 집권여당이 부르짖는 '부동산 규제완화' 주장은 정부와 전혀 협의되지 않은 "선거용 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자백한 셈"이라고 했다. 김 직무대행의 반성과 사과에도 냉담하게 반응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민주당의 사과는 한마디로, 너무 늦었다"며 "'지연된 정의'가 정의가 아니듯 '지연된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김미경·임재섭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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