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국노 고종

박종인 지음 / 와이즈맵 펴냄


대한제국 초대 황제 고종은 평가가 극명하게 갈려온 존재다. 이 책은 고종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오랜 시간 취재와 국내외 사료·기록들을 고증한 결과, 저자는 우리가 배워온 고종의 모습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게된다. 근대화한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것도 고종 때문이었고, 근대화에 뒤쳐진 것도 고종 때문이었고, 국가 경제가 파탄난 것도 고종 때문이었다. 조선이 몰락을 거듭하다 전투 한 번 제대로 치르지 못한 채 사라져야 했던 이유다. 저자는 이런 고종을 '매국노', '만악의 근원'이라고 규정한다.

고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백성보다는 이씨 왕가의 보존을 최우선에 두었다는 것이다. 그는 나라가 망했음에도 종묘사직에 계속 제사를 지낼수 있다는 일에 안도했던 인물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의 백성들을 도륙하기도 했다. 동학농민군이 죽창 들고 봉기하자 고종은 청나라를 불러들였고 일본군도 뒤따라 들어왔다. '만인의 어버이'라는 고종은 '동비(東匪) 역적'을 뿌리뽑으라는 어명을 내렸다. 관군과 민보군(民保軍 ; 양반·유생·향리들이 구성한 민병대)은 일본군과 콤비를 이뤄 전국 곳곳에서 도륙에 나섰다. 일본군은 조선을 지배하는 데 가장 성가진 존재였던 동학군을 박멸했다. '인디언 헌팅'에 쓰였던 개틀링 기관총이 태평양을 건너 조선의 농민들을 쓸어버렸다. 토벌은 처참했다. 일본군 대위가 충격을 받고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고종 곁에는 백성들의 피고름을 빨아들이는 또 다른 세력이 있었다. 바로 민비와 여흥 민씨 일족이었다. 민씨들은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보다 더 심한 매관 매직, 뇌물 수수 등 온갖 부정으로 권력 유지와 축재를 했다. 고종은 나라가 사라진 뒤에도 일본 황족에 준하는 지위를 누리며 호의호식했다. 1910년 나라의 통치권을 일본 천황에게 넘긴 고종과 그 아들은 대일본제국의 '왕공족'(王公族)으로 편입되었다. 책에 따르면 고종은 은근슬쩍 이완용 등 친일 무리에게 한일합방의 책임을 떠넘겼다. 회사로 치면 고종은 '오너'였고 이완용은 '월급쟁이 사장'였던 셈이다.

저자는 "고종은 오로지 자기 목숨과 권력과 부귀영화를 위해 나라를 버렸다"면서 "누가 고종을 자주 독립을 염원한 개혁 군주라고 찬양하는가"라고 일갈한다. 저자는 고종의 위선과 허상을 고발하면서 비극적 역사에 대한 책임을 고종에게 묻는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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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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