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30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74명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를 요청했다.
국민의힘과 국회의원 전원 전수조사를 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놓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민주당 의원들만 먼저 권익위 조사를 받겠다고 나선 것이다.
4·7 재·보궐선거 전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이후 여당에 등을 돌린 부동산 민심을 진화하고, 협상 지연의 책임을 국민의힘으로 넘기려는 압박용 카드로 풀이된다.
박광온 민주당 사무총장과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부서울청사를 찾아 권익위에 국회의원 174명 부동산 조사요청서와 개인정보제공 동의서를 제출했다. 박 사무총장은 "여야 합의로 국회의원 300명 전원을 전수조사하면 좋을 텐데 그렇게 되지 못했다"면서 "국민의힘과의 협의가 지연되고 있다. 국민을 더 기다리게 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 싶어서 민주당 의원들 전수조사를 먼저 요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 전수조사는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국민의힘에 제안한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전수조사에 국회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함께 추진하는 것을 조건으로 수용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전수조사를 권익위에 맡기자는 민주당과 청와대까지 조사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국민의힘이 맞서면서 협상은 제자리만 반복했다. 결국 3월 임시국회가 종료될 때까지 협상에 진전이 없자 민주당은 권익위에 따로 조사요청서를 제출하며 개별행동에 나섰다.
민주당은 권익위에 전수조사를 의뢰한 이유에 대해서 "권익위에 조사 기능이 있다"면서 "권익위가 공직자 반부패 (관리·감독) 역할을 하고 있으니 가장 공신력 있는 기관이라고 믿고 의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정반대 의견을 갖고 있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민주당 의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디지털타임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권익위에 전수조사를 요청한 것에 대해 "사실 좀 어이가 없다"고 촌평했다. 배 대변인은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하자는 것에 동의했고, 김 직무대행이 국회의장실에 전수조사를 해달라고 요청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의장실 주관으로 전수조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면서 "다만, 국회만 전수조사해서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국정조사와 특검에 청와대까지 조사를 하자고 요청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야당이 요청한 국정조사는 질질 끌면서 국회의원 전수조사만 권익위에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배 대변인은 "일의 선후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서 "국회가 정확히 할 일을 하면서 환부를 도려내면 되는데 민주당은 환부가 너무 아프니 여기저기 다 전선을 벌려놓고 정쟁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과의 협상을 중단하고 국회의원 전수조사만 별도로 추진하면서 국정조사와 특검이 성사될지 불투명해졌다. 민주당이 전수조사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할지도 불확실하다. 민주당은 앞서 LH 사태에 맞물려 3기 신도시 등 부동산 투기 연루의혹이 불거진 의원이 상당수 된다. 더욱이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임대차 3법(전월세 상한제 등) 시행 전 전세보증금 인상으로 경질된 뒤 송기헌·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같은 논란에 휘말렸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박광온 민주당 사무총장과 김영진 원내총괄수석부대표, 박성준 원내대변인이 30일 정부서울청사를 방문해 국민권익위원회에 국회의원 및 가족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요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