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영국이 증기기관을 만들어 400년간 세계를 제패했는데, 나도 그런 생각으로 반도체에 투자한 것이니 앞으로 자네들이 열심히 잘 해달라." 이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1987년 마지막으로 삼성전자 사업장에 방문해 한 마지막 유훈이었다. 최근 중국의 반도체 '굴기(몸을 일으킴)'와 미국과 유럽의 아시아 견제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이병철 창업주의 유훈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서 열린 '반도체 산업이 흔들린다: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과 미래 세미나'에서 이 같은 이병철 창업주의 유훈을 공개했다. 진 대표는 삼성전자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 등을 거쳐 현재 투자업체를 이끌고 있다.
진 회장은 이병철 창업주가 별세하기 3달 가량 전인 지난 9월 아픈 몸을 이끌고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 불시 방문해 이 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당시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을 다른 곳에서 베꼈다는 기사가 대대적으로 나왔고, 이 때문에 이병철 당시 회장이 이 기사를 보고 화가 많이 난 것 같았다고 진 회장은 설명했다.
진 회장은 이병철 창업주가 당시 거동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공장장과 연구소장, 비서실장, 그리고 본인 4명만 불러서 보자 마자 "(신문)봤재?"라고 추궁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병철 창업주는 "영국이 증기기관을 만들어 400년간 세계를 제패했는데, 나도 그런 생각으로 반도체에 투자한 것"이라는 말을 4명에게 전했고, 이후 바로 입원해 같은해 11월에 별세했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결과적으로 이병철 회장의 마지막 현장점검이자 유훈이 됐다고 진 회장은 울먹이며 말했다.
진 회장은 끝으로 "이제 반도체 종사자들에게 이 유훈을 넘기겠다"며 "여러분들이 잘 해서 우리나라 반도체를 계속 유지발전시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진 회장은 반도체 미세공정의 한계 등으로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중국 등의 기술 추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만약 미국이 한국에 중국에 반도체 수출을 하지 말라고 압박할 경우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대표가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이 흔들린다 :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과 미래 세미나'에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전경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