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지주사 전환 올해가 마지막 시기 놓치면 추가 비용만 수조원 원스토어·웨이브 등 IPO 예고 박정호 대표 "4~5월중 구체화"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SK텔레콤 본사 사옥 4층 수펙스홀에서 주주들에게 경영 성과 및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이 연내 지배구조 개편 의지를 명확히 했다. 올해 주주총회 안건에 중간지주사 전환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계획을 연기한 것이 아니냔 우려가 있었으나 이를 불식시켰다. 그동안 SKT는 회사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검토중' 이라는 입장만을 밝혀왔으나, 이전과 달리 연내에 이를 시행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25일 을지로사옥에서 열린 37회 주주총회에서 "현재 회사 주가 수준이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어 (지배구조 개편을) 오래전부터 고민했다"며 "구성원과 주주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올해는 실행할 것이란 말씀을 드리고, 구체화되는 대로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따로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SKT는 향후 투자·지주 회사(중간지주사)와 통신사업 회사(MNO)로 분할한 뒤, 투자·지주 회사가 SK하이닉스와 SKT의 정보통신기술 계열사를 아우를 전망이다. 이 같은 중간지주사 전환은 SK하이닉스의 M&A(인수및합병)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로,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M&A(기업 인수 및 합병)에 나서려면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는 제약을 받는다. 그러나 SKT가 지배구조 개편을 하고, SK하이닉스가 중간지주사인 SKT의 자회사가 될 경우에는 이같은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특히 SKT의 중간지주사 전환 데드라인은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이어서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내년 이후부터 설립되는 신규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소유하려면 전체 지분을 30% 이상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SKT가 올해 이후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경우,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지분율을 30%(현재 20%가량)까지 늘려야 한다. 그러나 연내에 중간지주사 전환 작업을 마무리할 경우, SK하이닉스 지분 인수를 위해 필요한 수 조원에 달하는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2022년 1월 시행되는 만큼,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현재 SK그룹의 지배구조는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고 있다.
박 대표는 연내 지주사 전환을 비롯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동시에, SK텔레콤 자회사들에 대한 IPO(기업공개) 로드맵도 강도높게 추진할 방침이다. SKT는 그동안 육성해 온 'New ICT' 자회사들의 순차적 IPO 추진과 함께, 분기배당 근거를 정관에 반영해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겠다는 구상이다.
당장, 자본시장의 유동성이 좋은 올해 토종 앱장터인 원스토어의 상장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어 통합 보안업체인 ADT캡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체인 웨이브 등도 연내 IPO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박 대표는 이커머스 업체인 11번가는 IPO보다 합종연횡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11번가는 우선, 올 하반기 아마존 서비스 론칭을 통해 '커머스 혁명'을 불러오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지난해부터 아마존과 협력을 차근차근 준비했고, 올 하반기에는 대한민국 국민이 가지고 있지 않았던 글로벌 상품 구매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제시할 것"이라며 "커머스 혁명을 가져오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대표는 "(자회사 IPO 계획이) 구체화되는 시점에 대해서는 4월~5월 중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SKT는 분기 배당을 신설하는 정관 변경도 의결했다. 분기 배당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다는 평가가 있었고, 이를 통해 예측 가능성과 주주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분기 배당 신설이 SKT의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하고 있다. 기존에 두 번의 배당을 분기 배당으로 전환해 투자 유인을 확대하고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