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특정 품목의 공급망 조사를 지시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산업연구원(KIET)은 25일 발간한 '바이든 반도체 공급망 조사 행정명령의 함의와 한국의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이번 행정명령의 기저에는 첨단 제조업,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의 주도권 장악 및 중국 굴기의 저지라는 미국의 중·장기 국가전략 포석이 잠재하고 있다"며 "한국은 대만·일본을 포함해 미국이 첨단 반도체 조달을 의존하고 있는 동북아 공급망 핵심 국가로서 미국의 향후 제재 강도 및 범위에 따라 가치사슬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은 100일간 반도체·전기차 배터리·희토류·의약품의 공급망을 조사해 권고안을 제출하도록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이 반도체, 배터리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자국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가치사슬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산업연구원의 진단이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가장 유력한 미국의 향후 시나리오는 메모리·비메모리 부문 첨단 공정기술을 보유한 외국 기업들의 미국 내 신규 생산시설 투자 유도 및 국내 가치사슬 경쟁력 제고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다만 첨단 반도체인 메모리 부문에서는 한국 점유율이 압도적이므로 미국 입장에서는 첨단 칩 수급이 특정 국가에 편중된 점을 위협 요인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보고서는 "한국·대만 외 대체 공급원 확보를 위해 1986년 제1차 미·일 반도체 협정 이후 장기간 소외된 일본의 입지를 강화시킬 유인이 존재한다"며 "실현가능성은 낮지만, 미국이 첨단 반도체 조달을 의존하고 있는 한국·대만·일본 등 동북아 공급망 주요국을 대상으로 제재조치를 발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어 "미국의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재편 시도가 현실화 될 경우 향후 우리 반도체 산업의 국제적 위상에 중대한 결정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국내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구조, 특히 중국과의 연결 구조를 면밀히 분석하고 미국의 행동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은진기자 jineun@dt.co.kr

미국의 반도체 수입 구조 표. <자료:산업연구원>
미국의 반도체 수입 구조 표. <자료: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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