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꺾고 야권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후보로 결정됐다. 오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시장직 사퇴 이후) 지난 10년을 무거운 심정으로 살았다"며 "다시 뛰는 서울시로 보답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성원해달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여론조사 결과를 서울시민의 선택으로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인다"며 "야권의 승리를 위해 열심히 돕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오세훈 후보간 대결로 압축됐다. 4월 2~3일 사전투표일까진 이제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현재 박영선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간 지지율 격차는 10%포인트 이상 벌어져 있다. 그러나 여기엔 단일화 과정의 컨벤션 효과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야권이 잘해서가 아니라 LH 투기사태 등 여권의 각종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도 작용하고 있다. 야권은 단일화에 매달리느라 이렇다 할 공약을 아직 내놓지 못했다.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골도 패인 상태다. 여론조사 우세에 취해 정책 메시지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단일화 효과는 금세 사라진다. 25일부터 본격 선거전이 개시되면 여야 모두 총동원 접전을 벌일 것이다. 여당은 벌써부터 금권, 관권 선거를 우려할 만한 일을 벌이고 있다. 박영선 후보는 서울시민 1인당 1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여권의 서울시장 대행과 25개 구청장들은 4월 초에 코로나 취약·피해 계층에 1조원의 지원금을 풀겠다고 했다.

2002년 야당의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는 청계천 복원과 버스중앙차로시스템 도입으로 호응을 얻어 당선됐다. 현재 국민의힘에게는 이런 그랜드 플랜이 안보인다. 사실 국민의힘 자체가 무기력한 모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소수라지만 양식과 상식에 어긋난 법제화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왔다. 외교안보, 경제, 복지, 교육 거의 모든 국정에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단합하지 못하고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만 급급했다. 정권의 실정에 국민의 눈이 뜨이기 시작한 때에 맞춰 치러지는 이번 보선은 심기일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야권이 지금 같은 구태를 탈피하지 못하면 후보가 단일화 돼도 필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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