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주담대 가파른 증가… 은행, 금리 인상 등 고삐 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주요 시중은행에 관리를 주문했다. 은행권은 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 속도 조절에 나서며 당국 요구에 부응하는 모양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오후 일부 시중은행에 최근 증가세를 보이는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현황을 점검했다. 금감원이 가계대출 점검을 위해 은행권을 만난 것은 지난 1월 신용대출 관리를 당부한 이래 처음이다. 금감원은 올 들어 시중은행으로부터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와 현황을 제출받고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들어 신용대출은 관리 범위에 머무르며 증가세가 진정된 양상이지만,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109조6600억원으로 지난해말 105조2127억원 대비 4조6879억원(4.5%)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1월말 106조7167억원, 2월말 108조7667억원으로 올 들어 증가하는 추세다.

은행권은 지난해 시행된 임대차 3법의 영향으로 전셋값이 상승한 영향이 크다고 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대차 3법 시행에 더해 봄 이사철을 맞아 전세수요가 늘어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이 잇따라 전세대출 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 조이기에 나선 배경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5일부터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하는 전세대출의 우대금리를 0.2%포인트(p) 낮췄다. 우리은행도 오는 25일부터 '우리전세론'의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서 담보 대출에 적용하던 우대금리 폭은 0.2%p 낮춘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도 뚜렷하다.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18일 기준 482조2838억원으로 지난해말 473조7849억원에서 8조4989억원(1.8%) 증가했다. 1월말 476조3679억원, 2월말 480조1258억원 등 올 들어 꾸준히 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달 중 발표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대비해 미리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수요가 발생했다는 분석도 있다.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핵심은 차주별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일괄 적용이다. 현재는 은행별로 평균 DSR 40%를 맞추면 되기에 40% 넘게 대출을 받는 경우가 있지만 점진적으로 차주별 40% 적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황두현기자 ausur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