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계약해지권땐 은행 책임 부담
온라인 상품설명서 분쟁 불보듯
투자 성향 어긋나면 추천도 못해
내일 시행인데 CCO 릴레이 소집

시중은행 상담 창구 전경 (연합뉴스 제공)
시중은행 상담 창구 전경 (연합뉴스 제공)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위법계약해지권, 상품설명서 마련의무 등 일부 방안을 두고 현장의 볼멘소리가 연일 나오고 있다. 금융사의 책임 부담 가중으로 리스크가 있는 상품을 사실상 다루지 않게 돼 은행과 소비자 모두 당분간 선택권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사 임원뿐만 아니라 실무진들과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권은 오는 25일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적합성·적정성 원칙 및 설명의무 준수, 불공정영업행위·부당권유행위 및 허위·과장광고 금지 등 일부 금융업법에서 적용하던 6대 판매원칙이 모든 금융상품까지 적용된다. 또한 피해 사후 구제 차원에서 손해배상 소송 시 고의·과실 입증 책임이 소비자에게서 금융사로 넘어갔다.

은행이 부담을 토로하는 내용은 고객이 상품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권리가 신설된 부분이다. 이를테면 금소법 상 위법계약해지권(47조)은 금융상품 계약이 판매 규제를 위반했을 때 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적합성·적정성 원칙 또는 설명 의무 위반, 불공정영업행위·부당권유행위 등이 발생했을 때 계약일로부터 5년 내 해지권을 사용할 수 있다. 금융사는 계약해지에 따른 위약금, 수수료 부과 등을 할 수 없다.

문제는 중도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 사모펀드의 경우 고객이 계약을 철회하면 금융사가 이를 채워넣어야 한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금융상품직접판매업자가 고유재산으로 해당 집합투자증권을 매입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자본시장법상 투자자 손실 보전 행위는 금지되어 있지만 소비자보호 조치인만큼 이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손실보전은 질의응답 형태로 나온 만큼 협의 대상으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은행 입장에서는 손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상품 판매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상품설명서 마련과 투자자 성향에 맞는 상품 추천 역시 금융상품 취급을 소극적으로 만드는 요소다.

금소법 시행령(14조)은 설명서 제공 방식을 서면 외에도 이메일, 문자메시지까지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을 이용한 설명서 제공은 계약자의 동의 여부를 확인할 수 없고, 메일 주소 변경 등 변수가 있어 분쟁 발생 우려가 크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이에 당분간은 서면을 통해 흔적을 남기는 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적합성 원칙에 따른 상품 추천 문제도 있다. 현재 소비자는 투자 결정 전 자신의 성향을 확인하고 금융사로부터 다양한 상품을 추천받는다. 하지만 금소법 시행 이후에는 투자성향에 맞지 않는 상품은 추천받을 수 없다. 소비자가 특정 상품을 원한다고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상품이 있다"는 사실을 알릴 권한이 금융사에는 없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질의응답서를 통해 "소비자가 원한다는 이유로 부적합한 상품을 권유했다면 소비자로부터 부적합확인서를 받아 계약했더라도 적합성 원칙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현장의 목소리가 연일 나오자 금융당국은 소통 강화에 나섰다. 김은경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금일(23일)부터 각 금융회사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와 릴레이 간담회를 진행한다.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지난 19일부터 은행연합회 등 9개 금융권 협회에서 설명회를 열고, 임직원 교육과 영업현장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다.

이날 열린 은행·생명보험사 간담회에서 금융사 CCO는 "6대 판매규제 적용을 위한 판매절차 재수립과 전사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이 있다"며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규정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금소처장은 금소법 안착을 위해 적극적인 지도와 지원을 약속했다.황두현기자 ausur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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