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에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되면서, 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사이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오 후보는 화려한 정치 재기를 하면서 야권내 주도권을 국민의힘에게 안겨줬다는 평가를 받게 된 반면, 안 후보는 사실상 제3 지대 맹주 위상도 위협받는 상황까지 몰렸다.

◇'제3 지대 맹주' 安의 뼈아픈 패배=안 후보는 이날 패배로 인해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지난 대선에서 21.4%의 득표를 받아 중도민심을 대변하는 대권후보로 가능성을 증명했던 안 후보였으나, 스스로 체급을 낮춰 뛰어든 서울시장 선거에서 후보로 나서는 데조차 실패했기 때문이다. 또한 선거 과정에서 보수민심에 호소하는 행보를 이어가면서, 제3 지대 중도 민심의 상징성도 상당 부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이은 선거 패배로 인해 '안철수 효과'에 대한 재평가도 불가피해졌다.

당장 선거 후 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는 국민의힘과 합당에서 큰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된 것도 안 후보에게는 아픈 부분이다. 안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고 야권 내 주도권을 가져올 경우, 안 후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제3 지대에 속한 대선 후보들과 거리를 좁히면서 국민의힘과 합당에서 유리한 고지를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이날 패배로 인해 야권의 'one of them'으로 합당을 고민하게 됐다.

◇국민의힘 등에 업은 吳의 화려한 재기=안 후보와 달리 오 후보는 10년 동안의 슬럼프를 딛고 성공적인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다. 경선에서 '난적'으로 평가받던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꺾은데 이어 대선에서 국민의힘에 필적하는 득표를 보여줬던 '거물'까지 잡아낸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 후보 개인 차원의 승리뿐 아니라 국민의힘 지지층 전체가 오 후보로 인해 중도에 어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한 것도, 중도보수를 표방해온 오 후보에게는 큰 소득이다. 국민의힘은 4·7 보궐선거 초반만 하더라도 제1야당임에도 본선에 오를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으나, 이제는 중도를 아우르는 구도에서 양자대결을 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안 후보가 속한 국민의당과 합당 과정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야권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틀어쥐게 된 것도 국민의힘에게는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 "안철수도 기회 삼으면 손해 아냐"=다만 정치권의 전문가들은 이날 결과가 안 대표의 정치 생명에 치명타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다. 안 후보에게 이번 패배를 재기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부분이 얼마든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디지털타임스와 통화에서 "안 후보도 크게 손해 보는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오 후보가 연정을 하겠다고 하니, 안 후보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정치적인 확장을 꾀할 길이 열렸고, 또 대선에 도전하는 스텝을 밟으면서 윤 전 총장과 함께 대선 흥행을 이끌면 당내 지분을 넓힐 수가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신 교수는 제3 지대에서 안 후보의 상징성에 대해서도 "정치권에서 제3 지대는 대선으로 갈수록 의미가 없어진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이 터져서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존재를 찾을수록 사람들은 제1야당을 찾게 된다"며 "오 후보 역시 두 차례의 이변을 일으켜 10년 공백을 커버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얻은 것이 많았다"고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가 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연합뉴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가 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연합뉴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임재섭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