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요 경영사항을 논의하는 이사회를 부실하게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명하게 운영돼야 할 이사회가 '깜깜이·거수기'로 운영되고 있고 내부 비리에도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보이고 있어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연합뉴스가 LH의 이사회 회의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작년 이사회에 상정된 35개 안건 중 31건이 원안 그대로 의결됐다. 나머지 4건 중 1건은 문구를 일부 수정한 뒤 의결됐고 1건은 조건부 의결됐으며 2건은 부결됐다.

부결된 2건은 LH 직원들의 계약사무 관련 비리 및 계약사무 관련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해 상정됐다. 정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7조는 공기업 임직원이 계약 관련 혐의로 기소되거나 감사원·내부 감사에서 중징계를 요구받은 경우 소관 계약사무를 조달청에 위탁하는 방안을 마련해 이사회 심의를 거쳐 위탁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1년에 두 차례나 계약 관련 비위가 이사회에까지 보고된 점으로 볼 때 LH의 공직기강이 얼마나 해이하고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비위 재발을 막고 조직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이사회가 정부가 마련한 조달청 위탁안 등 보완 장치를 거부하며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보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사회 운영도 투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LH 이사회는 지난해 35건의 안건을 논의하면서 원안 그대로 의결된 경우는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논의 과정이나 이사들의 발언 등 구체적인 내용을 회의록에 남기지 않았다. 이사회 회의록에는 안건에 대한 결론과 함께 참석자 발언 요지를 남겨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결의했는지 알 수 있는 경우가 한 건도 없었다.

작년 10차례 열린 LH 이사회 가운데 5번이 서면으로 대체된 것도 부실한 운영 사례로 꼽힌다. 한 해 이사회의 절반을 서면으로 대체한 것은 책임 있는 이사회 운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일부 이사들의 전문성을 놓고도 논란이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LH는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당시 8명의 비상임이사 중 6명이 문재인 정권의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한 시민이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시민이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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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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