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은 1년 24 절기 중 네 번째 절기다. 경칩과 청명의 중간이다. 올해 춘분은 내일(3월 20일)이다. 매년 보통 3월 21일 전후에 들어온다. 절기란 1년을 황경(태양을 공전하는 지구 궤적면과 직각인 가상의 선)을 따라 15도 간격으로 24 등분하고 태양의 위치에 따라 부른 것이다. 황도면은 지구의 적도면을 연장한 가상의 적도면, 즉 천구의 적도면과 23도 27분 기울어져 있다. 계절 변화도 바로 황도면과 적도면이 기울어져 생기는 것이다. 춘분은 황도상의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적도와 만나는 점이다. 이날은 태양이 정동(正東)에서 떠서 적도 위를 이동해 정서(正西)로 진다. 따라서 밤과 낮의 길이가 같다.

월력(月歷)을 사용해온 동양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나타내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대 중국에서 절기를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는 고려 충렬왕 때 도입됐다. 춘분이 되면 기온이 오르고 매화, 산수유, 개나리, 장수만리화 등이 피어난다. 춘분 이후 약 20여일을 연중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골디락스 계절로 친다. 옛 사람들은 농사철이 시작되는 기점으로 봤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농부는 바빠진다.

옛 풍습에 춘분에 비가 오면 병이 드는 사람이 적다며 좋은 징조로 여겼다. 같은 이치로 이 날은 구름이 끼어 해가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는 속설도 있다. 동풍이 불면 보리가 풍년이 들고 서풍이 불면 보리가 귀해질 것이라고 여겼다. 남풍이 불면 5월 전에는 물이 많고 5월 이후에는 가물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북풍이 불면 쌀이 귀할 것으로 봤다. 춘분에는 봄나물을 해먹었다. 쑥, 씀바귀, 민들레, 냉이, 돌미나리 등을 데처서 무쳐 먹는 것으로 봄기운을 섭취했다. 쑥과 다슬기, 된장을 넣고 끓인 쑥국은 별미다. 쭈꾸미도 이때가 특히 맛이 좋다.

춘분과 관련한 속담에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말이 있다. 봄이 왔다고 자칫 방심했다가 꽃샘추위가 닥치면 큰코 다친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월 바람에 검은 쇠뿔이 오그라든다'라는 속담은 춘분(음력 2월) 때 부는 바람이 쇠뿔이 오그라들 정도로 추울 수 있다는, 역시 꽃샘에 유의하라는 의미다. 춘분이 됐지만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여전히 400명을 오르내리며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춘분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날이 언제 오려나. 그때가 기다려진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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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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