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은 고(故) 아산(峨山) 정주영(1915~2001)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20주기다. 남북 화해무드 속에서 소떼를 몰고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이 지났다. 기일을 맞아 범 현대가는 코로나19 상황임을 고려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추모 행사를 진행한다. 기일을 전후로 범현대가 가족과 각 그룹사 임직원들은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고인의 선영을 찾아 참배할 예정이다. 고인을 기리면서 업적, 정신, 나눔·소통의 철학을 재조명하는 행사들도 열리고 있다. 오는 22일부터 현대차그룹 계동 사옥에서 20주기 사진전이 열리고 특별추모집 '영원의 목소리'도 배포된다. 앞서 아산나눔재단은 '아산 정주영과 기업가정신' 콘퍼런스를 온라인으로 개최했고,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 독후감 대회를 연 바 있다.

광복 이후 한국 기업사에서 정 회장만큼 큰 족적을 남긴 이는 드물다. 그가 별세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 곳곳에는 그의 족적은 선명하다. 고인은 산업 불모지 한국에서 '현대'를 창업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진정한 창조인이었다. 기업을 통해 우리나라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업적도 대단했지만 더 중요한 건 그가 남긴 '도전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이 정신은 고인이 입버릇처럼 했던 "이봐, 해봤어?"라는 말로 압축된다.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는 임직원들에게 항상 했던 말이었다. 우리가 맨손으로 시작해 거의 모든 산업군에서 세계 일류, 나아가 초일류 기업까지 일군 비결은 바로 '길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는 정신 덕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정주영 사후 20년이 흐른 지금, 기업가정신은 실종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경제의 성장엔진도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경제는 IMF 이후 최악의 위기 상황이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실물경제는 맥을 못 추고 있고 고용은 뒷걸음치고 있다. 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성적은 낙제점 수준이다. 매일을 간신히 버텨가고 있는 경제위기 시대라 그런지 정 회장의 '해봤어' 정신이 더욱 그리워진다. 그의 그림자가 더욱 짙고 길게 느껴진다. 이제 '위기의 한국경제'는 정주영의 도전정신에 다시 한번 길을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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