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대권 잠룡인 정세균 국무총리가 18일 "헌법이 토지 공개념을 일부 차용한 것으로 본다"면서 "부동산, 그 중 주택을 투기나 투자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전·현직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사태 이후 토지 공개념이 다시 화두에 오르고 있는 것에 대해 공감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헌법 122조에 국가는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제한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토지공개념이 포함된다고 보느냐"라고 질문하자 "헌법에 그런 정신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히 정 총리는 "모든 국민이 주거권을 향유하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며 "(부동산 등을) 축재 수단으로 삼도록 허용하는 건 후진적 제도"라고 했다.

그러나 정 총리는 토지 공개념을 입법화 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토지공개념 입법화는 노태우 정부에서 추진했던 △택지소유상한법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법 등이다. 1989년 12월 국회를 통과했으나 헌법재판소는 토지초과이득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정(1994년)을 내렸고, 택지소유상한법은 위헌이라고 결정(1998년)했다. 헌재는 공공이익을 위해 토지소유를 제한한다는 법 취지는 인정했으나 법 설계가 정밀하지 못하다는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정 총리는 "대부분 사유하고 있는 토지를 개인 재산으로 치부할지, 그 이용이 공적 목적에 부합해야 하는지, 재산증식 수단으로 쓰이는 게 적절한지 등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모든 제도는 오랜 역사와 형성 과정이 있고 국민들의 정서나 생각이 있기에 하루아침에 개혁하는 일은 쉽지 않다. 차제에 주택과 토지를 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다만 정 총리는 "부동산의 공적 기능이 있다는 점을 국민이 공감하고, 정부가 필요한 정도의 개입을 통해 시장이 잘못 가지 않도록, LH와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면서 투기 방지대책을 입법화하는 것에는 찬성했다. 정 총리는 "지금도 토지 이용을 제한하는 법률이 있다. 이 법을 보완한다면 공개념이라는 큰 과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공개념에 근접할 수 있다"며 "'LH 방지 5법(이해충돌방지법·공공주택특별법·한국토지주택공사법·공직자윤리법·부동산거래법)'이 통과된다면 지금과 다른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정세균 국무총리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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