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사진은 2019년 3월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를 방문한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사진은 2019년 3월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를 방문한 모습. 연합뉴스.
김여정(사진)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16일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비판하면서 남북관계와 관련해 "3년 전 봄날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부부장은 이날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남조선당국이 8일부터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을 강행하는 길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우리의 정정당당한 요구와 온 겨레의 한결같은 항의규탄에도 불구하고 차례질 후과를 감당할 자신이 있어서인지 감히 엄중한 도전장을 간도 크게 내민 것"이라고 했다.

김 부부장은 "남조선당국은 스스로 자신들도 바라지 않는 '붉은 선'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을 했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현 정세에서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대남대화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남북 협력 관련 기구는 물론 남북군사분야합의서를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고 했다.

김 부부장은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서도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김 부부장의 담화는 북한 주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노동신문 중에서도 2면에 실려 비중이 작지 않았다. 앞서 김 부부장이 지난해 6월에도 탈북민단체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예고하고 3일 만에 실제 폭파가 이뤄졌다는 점을 미뤄볼 때, 이번에도 엄포에 그치지 않고 후속 조치까지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통일부는 이와 관련해 "훈련이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관계가 조기에 개선되고 비핵화 대화가 빠른 시일 내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에도 변화가 없다"면서 "정부는 이번 훈련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말로 담화에 대한 입장을 대신한다"고 말을 아꼈다.

외교부 역시 대화재개 필요성을 언급하며 신중히 대응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가 조기에 재개돼 완전한 비핵화와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 노력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정부는 이번 미 국무·국방장관의 방한 계기를 포함해 다양한 계기에 한미 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계속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전문가들은 이날 담화가 미국 국무·국방장관의 방한 직전에 나온 담화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 정책에 변화를 가져오게 하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디지털타임스와 통화에서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먼저 양보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이 짐작하게 된 것 같다"며 "(한국과 미국을 향한) 도발의 수위를 높여가며 압박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센터장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내용 중에 변화를 주는 게 1차 목표겠지만, 그게 되지 않는다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까지 가서 문제를 푸는, 전통적인 대미 협상 방식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북한 측이 언급한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행동으로 하겠다는 말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한 번에 하지는 않고, 조금씩 하면서 미국을 압박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아울러 신 센터장은 "이번 한미 연합훈련의 경우 컴퓨터 시뮬레이션만 하는 것인데 뭐라고 하는 것은 북한의 과도한 요구"라며 "담화 내용에 일희일비 하기보다는 북한 비핵화라는 긴 여정에서 하나의 과정이라 보고, 일관되게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임재섭기자 y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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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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