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의 일…이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
귀국 후 한 시간 뒤 후보 지명 알게 돼
'한국의 메릴 스트리프' 찬사는 스트레스"

"전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상을 탄 것과 같네요."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은 16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후보 지명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며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윤여정은 "(오스카 후보 지명은) 저에게는 매우 낯설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과거 오스카 시상식을 보는 것을 좋아했고, 어떤 배우가 상을 받을지 예측하는 '점쟁이' 역할을 하곤 했다면서 오스카 무대 위에 오르는 자신을 전혀 상상하지 못한 채 시상식을 시청하는 관객으로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윤여정은 최근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애플TV 플러스의 드라마 '파친코' 촬영차 캐나다 밴쿠버를 방문한 뒤 15일 귀국했다. 그는 공항에 내리고 한 시간 뒤에 오스카 후보에 오른 것을 알게 됐다면서 "매니저가 인터넷을 보다가 갑자기 '와, 후보에 지명됐다'라고 알려줬다"며 "매니저는 울었지만 나는 (어리둥절해서) 울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윤여정은 이어 "매니저는 (오스카 후보 지명에) 저보다 더 감정적으로 됐고, 나도 멍해지는 느낌이었다"며 "그래서 그냥 매니저를 껴안고 거실에 있었다"고 밝혔다.

윤여정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았기 때문에 2주간 자가격리 기간을 가져야 한다. 그는 "모든 사람이 (축하하기 위해) 이곳에 오고 싶겠지만, 여기에 올 방법은 없다"며 가볍게 농담했다. 그는 그러면서 "매니저가 술을 전혀 마실 수 없어 나 혼자 술을 마셔야겠다"고 했다.

그는 이와 함께 그동안 미국 평단이 '한국의 메릴 스트리프'라며 쏟아낸 찬사에 대해 "일종의 스트레스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한국의 메릴 스트리프로 불리는 것이 칭찬이라는 것을 알지만,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그런 일(오스카 후보 지명)이 일어나리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듣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메릴 스트리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이고, 저는 단지 한국의 윤여정이다. 모든 사람은 다르고, 나는 나 자신이 되고 싶다"며 "제가 그녀와 비교되는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힘과 에너지가 있다면 일생의 경험이 될 수 있는 오스카 시상식을 위해 LA를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영화 데뷔 50년만, 74세의 나이에 한국 영화 102년 역사에서 첫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라는 기록을 썼다.

지난해 한국 영화 최초로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이루지 못한 유일한 성과다.

영화 '미나리'는 여우조연상외에도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음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윤여정은 마리아 바카로바(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글렌 클로스(힐빌리의 노래),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 어맨다 사이프리드(맹크) 등 쟁쟁한 배우들과 여우조연상을 놓고 다투게 됐다.

한국 작품으로는 한국계 미국인 에릭 오(37) 감독의 '오페라'가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다음 달 25일(현지시간) 열린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에서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판씨네마 제공]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에서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판씨네마 제공]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에서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연합뉴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에서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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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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