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흥 3기 신도시 예정지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혐의자는 현직자 20명, 퇴직자 2명 등 22명이라고 11일 정부합동조사단(합조단)이 발표했다. 본인 명의 토지만 조사했으니 친인척이나 차명 명의의 경우를 조사하면 실제 투기자는 더 많을 것이다. 투기 의심 사례에 대해서는 수사로 전환해 샅샅이 뒤진다고 했으니 두고 볼 일이다.

◆투기일 수밖에 없다

투기 혐의를 받고 있는 LH 직원들은 내부자 정부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잡아 뗄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럼 왜 하필 광명·시흥 땅을 매입했냐고 추궁 받을 것이다. 답변은 두 가지 중 하나일 공산이 크다. 먼저 솔직하게 땅값 상승을 기대하고 매입했다는 답변이다. 그렇지만 불법은 아니었다고 항변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흔히 농지나 임야를 매입한 사람들이 쓰는 변명으로, 은퇴 후 텃밭을 가꾸고 농막이나 전원주택을 지으려고 샀다고 둘러대는 거다. 강심장이 아닌 이상 '땅값 오를 것을 바라서'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고 대부분 뒤와 같이 말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들 중 LH 수도권 지사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경상남도 진주시 본사에 근무하는 이들이다. 광명·시흥과 진주는 먼 거리다. 은퇴 후 주거지나 텃밭 가꾸기 같은 농사를 지어보겠다면 그들에겐 광명·시흥이 결코 적합한 입지가 아니다. 우선 땅값이 비싸다. 보건의료상의 절실한 필요가 아니라면 대도시 근교의 어수선한 환경은 결코 은퇴자의 전원주택지로서 어울리지도 않는다.

진정 여유로운 은퇴 생활, 텃밭, 전원주택 이런 면을 고려했다면 그들 회사가 있는 진주시 부근이 최적지다. 진주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역사, 문화가 배인 유서 깊은 도시다. 주변에 시야를 막는 건물이 없다면 이 지음 LH 본사 빌딩의 4층 이상에서는 지리산 천왕봉(1915m)의 설산을 감상할 수 있다. 그 모습이 마치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후드산이 바라다 보이는 광경같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그런 멋들어진 곳을 놔두고 전래의 정취가 다 사라지고 밋밋하며 복잡다기까지 한 서울 근교의 땅을 선택하는 일은 취향이 괴팍한 사람 아니고선 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땅 매입은 99% 투기 맞다.

◆한국의 제인 제이콥스, 박원순·김수현

진주에 있는 LH 직원들이 수도권까지 올라와 투기를 하게 된 데는 고인이 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문재인 정권 첫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김수현 씨의 '공'이 크다. 두 사람은 서울과 수도권의 재건축·재개발을 규제로 틀어막음으로써 집값을 폭등시키는 데 성공했다. 605㎢ 면적에 1000만 명이 살려면 '수직화'곧 고층화와 고밀화는 불가피하다. 박원순은 세계적 메가시티 서울을 10만명이 사는 지방 중소도시처럼 경영했다. 층고 및 고도 제한은 물론 도시재생사업이란 미명 아래 마을공동체사업을 벌였다. 서울에서 농사를 짓겠다고 한 시람이었다. 품질 좋은 주택 공급이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도시 모습이 쇠락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니 지난 10일 발표한 AT커니의 '글로벌 도시 보고서'의 도시지수에서 서울이 2015년 11위에서 17위로 추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성장잠재력 부문에서는 12위에서 42위로 30 계단이나 폭락했다.

김수현은 박원순의 도시재생 사업을 응원했고 그것을 수도권으로 확대했다. 그는 '부동산은 끝났다'라는 책에서 집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고 했다. 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해 등록 임대사업자에 대해 양도소득세 70% 감면, 종부세 합산 배제, 재산세 감면에다 엄청난 대출 혜택까지 안겼다. 이런 곶감을 보고 시장이 가만히 있을 턱이 없다. 1주택자도 임대사업자로 나서면서 주택 수요는 폭발했고 집값은 폭등했다. 후일담이지만 김수현 전 실장의 본심은 집값 안정이 아니라 집값 상승이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명박 정부 말기와 박근혜 정부 초기 집값 하락을 보고 집값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공급을 억제했다는 해석이다.

아무튼 박원순 김수현의 서울 아파트 공급 조이기로 인해 3기 신도시 방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고, LH 직원들은 호기를 맞게 됐다. 도시의 고층화 억제와 개발 규제는 필연적으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수많은 실증적 연구논문으로 입증돼 있다. 도시경제학의 대가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는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에서 이를 제이콥스 신드롬으로 설명했다. 제이콥스 신드롬은 제인 제이콥스라는 뉴욕의 시민운동가가 1950~60년대 뉴욕 맨해튼의 고층 개발을 열렬히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맨해튼 집값이 뛰고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했던 것을 일컫는다. 글레이저 교수는 "높이 제한이 있을 경우 사람들이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으로 퍼져 살게 만듦으로써 엄청난 혼잡을 유발하는 등 큰 피해를 일으킨다"고 했다. 바로 신도시 개발 내부자 정보로 투기 잔치를 벌인 작금의 수도권 같은 모습을 두고 한 말이다. 그것을 연출한 박원순과 김수현은 한국의 제이콥스다.

◆수도권 투기를 남해안벨트 투자로 유도하자

현재와 같은 수도권 일극체제에서 사람과 자원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왜 진주의 LH 직원들이 광명·시흥까지 원정 투기를 했겠나. 내부자정보를 취했든 안 취했든 수도권 토지의 투기 수익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지방 사람들의 수도권 원정 투기는 이미 다 알려진 현상이다. 갈수록 수도권 집중이 심화하는 것은 수도권 자원이 지역으로 환류되지 않은 데도 원인이 있지만, 지방의 인구와 돈이 지방에 투자되지 않고 있어서다.

역대 정부의 수도권집중억제정책은 모두 실패했다. 공기업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 심지어 사실상의 행정수도까지 세종시로 이전했지만 수도권 집중현상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가동하고 있지만 그동안 눈에 띄는 정책을 내놓은 게 없다. 이번 진주 LH 직원의 수도권 투기도 이런 현상의 단면을 보여준다. 수도권 집중억제책은 이제 새로운 출구를 찾아야 한다. 수도권 집중에 불이익을 부여함으로써 원심력을 키우는 데서 벗어나 지방의 구심력, 즉 지방의 매력을 키우는 포지티브 정책으로 확실히 방향을 틀어야 한다.

현재 수도권이 지방에 월등한 우위를 점한 분야는 교육, 보건의료, 취업기회 등이다. 환경적 삶의 질과 휴양 등에서는 지방이 낫다. 따라서 지방이 뒤떨어지는 분야를 보강하고 경쟁력 있는 분야는 더 개발하면 수도권 집중이 완화되고 지방으로 역류도 기대할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는 '도시의 승리'시대였다. 그러나 디지털 대전환과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 하면서 '지방의 승리'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AI와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기술의 도입, 자율주행차, 드론자가용, 원격 및 재택근무 확산과 주4일근무제로 이행, 은퇴 도시 탐색, 자연 친화형 생활의 희구는 미구에 닥칠 거부할 수 없는 조류다. 밀레니엄 시대에 진입하면서 예고됐던 '거리의 소멸'이 이제야 비로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해줄 강력한 후보지가 남해안벨트다. 목포에서부터 부산·울산까지, 좁게는 고흥에서부터 통영·거제까지 남해안 벨트는 세계 어느 지역과 견주어도 최고 수준의 기후와 지형, 풍광, 풍미를 자랑한다. 국토의 남단에 있어서 북단의 수도권 과밀화를 막고 그 중간 지역을 자연스럽게 균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은퇴자 뿐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의 중산층들도 찾는 매력적인 도시 벨트가 될 수 있다. 프랑스 지중해 연안의 프로방스처럼 문화예술, 해양 관광 및 레저, 보건의료, 과학, 교육까지 아우르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도시벨트로 묶어 개발하면 수도권 일극구도를 깨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침 최근 경남과 전남 지자체들이 남해안벨트 개발계획을 중앙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전남과 경남의 보성·고흥·순천·구례·여수·광양·하동·남해·산청·사천·진주 등 11개 시·군과 전남과 경남 광역지자체가 2023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남해안 남중권 도시에 유치하기 위해 힘 모으기로 했다. 아울러 여수와 남해를 해저터널로 잇는 도로 건설을 '제5차 국도·국지도 5개년 계획'(2021년~2025년)에 포함시켜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또한 2023년이 되면 목포와 부산까지 남해안고속철도가 완공돼 차창으로 한려수도를 관람하며 여행할 수 있다.

남해안을 '한국의 프로방스'로 만들기 위해서는 철저한 마스터플랜 아래 투기 방지책을 세워놓고 점진적으로 친환경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사실 남해안벨트를 묶어 개발하자는 제안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진즉 준비해왔더라면 진주 사람들이 수도권에 와서 투기하려는 생각은 엄두도 내지 않았을 것이다. 재정, 인허가권, 개발권 등 중앙이 틀어쥐고 있는 권한과 책임을 광역 및 기초단체에 대폭 이양하는 것도 절실하다. 실질적인 분권화다. 남해안벨트 개발은 새로운 영·호남 상생의 길이기도 하고 수도권 집중완화를 넘어 미래를 여는 새로운 국토전략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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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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