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3기 신도시 투기의혹을 조기에 수습하고자 '국회 300명 전수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기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수조사 결과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여야는 LH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정치권으로 번지자 국회의원 3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전수조사를 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먼저 제안한 것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당 지도부가 수용의 뜻을 내비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전수조사, 돌파구 될까?=김 직무대행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은 한 점 의혹도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부동산 전수조사를 국회의장과 국민의힘에 제안한다"고 했다. 김 직무대행은 "아랫물을 청소하려면 윗물부터 정화해야 한다"면서 "성역없는 조사와 예외없는 처벌만이 공직자 투기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직무대행은 "국회의원과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부동산 소유 및 거래현황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국민불신을 해소하고, 우리 사회 공정질서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민주당은 이미 정부조사와 별개로 소속의원 보좌진과 당직자 전수조사를 실시 중이다. 야당도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와 사회공정질서 확립을 위해 국회의원 전수조사에 적극 호응해주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김 직무대행의 제안에 김 비상대책위원장이 먼저 응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00명 다 한번 해보자"고 했다. 현재 민주당은 양이원영·김경만·양향자 의원 등의 가족이 3기 신도기 투기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불거져 난처한 상황에 놓여 있다. 특별한 의혹이 불거지지 않은 국민의힘으로서는 딱히 거부할 이유가 없는 제안으로 판단한 것이다. 다만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제안을 덥석 물지는 않았다. 민주당의 '물타기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주 원내대표는 "피할 생각은 없다"고 했으나 "자신들(민주당)부터 전수조사하면 될 것이지 야당을 끌고 들어가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민주당은 주 원내대표가 '민주당 먼저'라는 조건부를 내세우자 '안일한 인식'이라고 반격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주 원내대표가 전수조사에 대해 민주당부터 하라고 토를 단 것은 정말 부끄러운 주장"이라며 "너부터 먼저해라는 식의 안일한 인식은 국민의 질타만 받을 뿐"이라고 했다.

여야가 국회 전수조사에 공식적으로 합의한다면 구체적인 전수조사 대상과 방식, 기간 등을 두고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가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라 선거 전 조사결과를 내놓을지, 선거 이후로 미룰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당사자만 조사할지 보좌진 전부 혹은 일부를 포함해 조사할지도 협상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과 보좌진이 정보를 공유하는 업무적 연관성이 있는 만큼 보좌진들도 조사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과는 예측불허, 승부수냐 자충수냐=국회 전수조사가 여야 중 어느 쪽에 유·불리한 결과물을 도출할지는 불투명하다. 지금 당장은 민주당 쪽에서 상당수 연루의혹이 불거져 나왔으나 전수조사 결과를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치계 안팎에서는 국회 전수조사가 실효성 있는 수습대책이 될지에도 의문을 보이고 있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디지털타임스와의 통화에서 "국회가 국정감사나 상임위원회 등을 통해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집단이라는 점에서 전수조사를 하는 것은 타당하다"면서 "국회의원뿐 아니라 일정 급수 이상의 보좌진까지 포함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장 교수는 이어 "다만 조사결과는 말 그대로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면서 "어느 당에 불리한 결과가 농ㄹ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자칫 민주당의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장 교수는 "그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점에서는 정치권이 작은 불씨라고 끄고 가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현명한 처사가 될 것"이라며 "LH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은 눈 앞의 보궐선거뿐만 아니라 정권교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엄청난 사안이다. 진화를 못한다면 차기 대선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통화에서 "전수조사 카드는 아무도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럭비공 같은 카드"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 교수 역시 "LH로 촉발된 투기 의혹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더 큰 뇌관으로 발전할 수 있는 만큼 지금 수습하고 가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 교수는 전수조사가 제대로 효과를 내려면 국회 차원의 '셀프조사'의 한계점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셀프 조사로는 전수조사 결과 투기 의심사례가 많이 나와도 적게 나와도 신뢰를 받기 힘들 것"이라며 "의심사례가 많이 나온다면 그만큼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고, 의심사례가 적다면 국민들이 조사의 신뢰성 자체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신도시 투기 의혹이 장기화할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지만 차기 대선에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면서 "대선주자들이 공약이나 정책에서 투기 근절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왼쪽)이 지난 11일 국회 의장실을 찾아 박병석 의장에게 '21대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 건의서'를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왼쪽)이 지난 11일 국회 의장실을 찾아 박병석 의장에게 '21대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 건의서'를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