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연구동향 정리한 리뷰논문 발표자를 연구성과 부문에 선정 "논문 실린 학술지 명칭도 앞에 '네이처' 붙여 자매지로 오해 유도" 과총 3~4년간 연구성과 고려해 평가…학술지명 표기오류는 인정 "한해 10대 뉴스 연구성과인데 수년전
한국과총 '2020년 10대 과학기술 뉴스'에 소개된 선웅 고려대 교수의 연구성과 <출처:한국과총 웹사이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매년 그 해 최고 연구성과를 선정해 발표하는 '10대 과학기술 뉴스'에 자격미달 논문이 선정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구성과가 아닌 국내외 연구동향을 실은 리뷰논문을 연구성과 10대 뉴스로 뽑았기 때문이다. 한국과총은 매년 그해의 10대 과학기술 뉴스를 선정하면서, 연구자의 연구성과는 그해 발표한 논문을 기준으로 평가해 왔다.
◇리뷰논문이 2020년 국내 대표 연구성과?
한국과총은 과학기술 분야 국내 최고 권위의 단체로, 자체 발굴과 외부 추천, 전문가 심의와 과학기술계 및 국민 대상 투표를 거쳐 그해 대표 연구성과를 10대 뉴스로 뽑는다.
문제가 제기된 것은 한국과총이 작년 12월 29일 발표한 '2020년 10대 과학기술 뉴스' 연구개발 성과 부문에 선정된 선웅 고려대 의대 교수의 '파킨슨병·치매 뇌질환 관여하는 미토콘드리아 기전 규명' 성과다.
한국과총은 '과학기술 이슈' 4건과 '연구개발 성과' 6건을 10대 뉴스로 선정하면서, 이 성과를 포함시켰다. 10대 뉴스 중 연구개발 성과 부문은 한 해 동안 나온 연구성과를 두고 치열한 평가절차를 거쳐 선정하는 것으로, 과총은 2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세 차례 심의와 과학기술계 및 일반 국민 1만5000여 명의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2020년 연구성과에는 △삼성전자의 EUV(극자외선) 기술 이용 3세대 10나노급 D램 개발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 대형트럭 세계 최초 양산 △KSTAR(한국형 핵융합연구장치) 1억도 20초 유지, 세계 신기록 달성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와 질병관리청의 세계 최초 코로나19 유전자 지도 완성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와 고려대-KIST 융합대학원, 미 드렉셀대의 '스텔스 기능과 전자파 차단 가능 물질 개발'이 선정됐다. 모두 작년에 논문을 발표했거나 기술 개발·상용화에 성공한 성과들이다.
◇"리뷰논문, 직접 연구하고 실험한 연구성과와는 거리가 멀어"
한국과총은 발표자료를 통해 선웅 교수의 성과에 대해 "미토콘드리아 이상은 파킨슨병, 치매 등 질병 발생에 관여해 분자적 기전 이해가 매우 중요하지만 아직 명확히 밝혀진 연구가 없었다"면서 "선웅 교수 연구팀은 Drp1이라는 단백질에 비정상적인 미토콘드리아를 선별적으로 제거하는 기능이 있음을 밝혔고, 이 연구를 통해 제시한 미토콘드리아의 기전은 뇌과학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업적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연구내용은 저명한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와 '몰레큘러셀(Molecular Cell)' 등에 게재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학술지 'Nature Experimental&Molecular Medicine'에 실린 '미토콘드리아 분열과 융합 메커니즘 모식도'를 연구성과로 제시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모식도가 실린 선웅 교수의 논문은 직접 연구하고 실험한 결과를 담은 연구논문이 아니라 국내외 연구진의 연구동향을 실은 리뷰논문으로 확인됐다. 리뷰논문은 연구자가 관련 분야의 연구 사례와 트렌드를 다른 사람들이 알기 쉽게 소개하는 자료일 뿐 연구성과와는 거리가 있다. 선웅 교수가 미토콘드리아 기전 연구결과를 실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와 몰레큘러셀 논문은 각각 2017년과 2019년에 게재돼 2020년 연구성과가 아니다.
선웅 교수와 함께 2020년 연구성과로 선정된 서울대나 KIST 연구논문이 그 해에 발표된 것과 대비된다. 2019년 연구성과로 선정된 고규영(KAIST 특훈교수) 기초과학연구원 혈관연구단 연구팀의 '뇌 노폐물 배출 경로 규명', 서울대 묵인희 교수, 백성훈 박사, 강석조 박사팀의 '뇌 면역세포의 기능 회복을 통한 알츠하이머 치료 가능성 확인' 연구 역시 각각 2019년 7월과 6월에 국제 학술지 네이처와 셀메타볼리즘에 논문이 실렸다.
◇"국내 학회 학술지인데 앞에 Nature 붙여 자매지로 호도"
논문이 실렸다고 공개한 'Nature Experimental&Molecular Medicine'이라는 학술지도 잘못된 명칭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논문이 실린 학술지는 국내 학술단체인 생화학분자생물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EMM(Experimental&Molecular Medicine)'인데 앞에 'Nature'란 단어를 붙여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 자매지로 오인하도록 만든 것.
생화학분자생물학회는 2013년부터 EMM 학술지를 네이처 웹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공개하는 온라인 출판 시도를 해 왔지만 네이처와는 관계가 없다. 한국과총은 25명의 선정위원회를 통한 심의 외에도 과학기술계와 일반 국민들의 온라인 투표를 거쳐 10대 뉴스를 선정하는데, 그 과정에서 '네이처'라는 학술지 명칭이 영향을 미쳤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계 한 연구자는 "리뷰논문은 독창적인 실험 등을 바탕으로 한 게 아니라 여러 논문을 정리한 것에 불과해 연구개발 성과로 평가받을 수 없다"면서 "국내 학회지 명칭 앞에 Nature란 단어를 넣어, 마치 네이처지와 관련 있는 것처럼 현혹시킨 것도 연구윤리를 훼손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연구자는 "문제가 있는 내용을 10대 뉴스로 그대로 인정하면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서둘러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총 "수년간 성과 평가해 선정"
한국과총 측은 이와 관련해 해당 연구자가 발표한 작년 논문은 리뷰논문이 맞지만, 선정위원회 논의에서 지난 수년간의 연구성과를 고려해 평가했다는 설명이다. 10대 뉴스는 한국과총 담당부서의 직접 조사나 과학기술단체, 대학 등 기관 추천을 통해 후보를 취합한 후 평가과정을 거치는데, 해당 성과 역시 일반적 절차에 따랐다는 것. 이 성과는 의학분야 석학들로 구성된 단체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과총 관계자는 "해당 연구자가 2020년 낸 논문은 리뷰논문뿐인 게 맞다"면서도 "지난해 선정위원회 회의에서도 대상이 되는지를 논의했지만, 당해연도 성과뿐 아니라 3~4년간의 연구성과를 함께 평가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최근 문제제기가 된 이후에도 한국과총 내부와 의학한림원, 10대 뉴스 선정위원회 선정위원들의 의견을 물었지만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학술지 명칭 앞에 네이처가 붙은 것은 오류가 맞고, 과총 사무처의 실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뇌과학 분야 한 교수는 "일반적인 포상은 수년간의 성과를 평가해서 주지만, 그해의 10대 뉴스를 몇년 전 성과에 대해 선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의학한림원의 후보 추천 과정과 한국과총의 평가 과정 전반에서 특정 연구자를 밀어주기 위해 엄정성과 공정성을 훼손한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에다 학술지 이름에 네이처를 붙여서 과기계와 국민 상대 투표까지 진행했는데, 이는 전 국민을 오도한 것인 만큼 잘못된 사실을 알리고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국내 생화학분자생물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EMM' 5월호에 실린 선웅 교수의 리뷰논문과 해당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