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개막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업무보고에서 올해 6% 이상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리 총리는 코로나19 대책의 성과를 과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리 총리는 제14차 5개년 계획(14·5계획·2021~2025년) 기간에 이뤄질 테크놀로지 청사진도 공개했다. 연구·개발(R&D) 투자를 연평균 7% 이상 늘리고,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정보·유전자 등 8대 첨단 과학기술 분야를 대대적으로 육성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그는 '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의 정신으로 핵심영역에서 큰 돌파를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십년마일검'은 중당(中唐)의 승려시인 가도(賈島)가 쓴 '검객'(劍客)이라는 한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十年磨一劍( 십년마일검)/ 霜刃未曾試 (상인미증시)/今日把贈君 (금일파증군)/誰爲不平事 (수위불평사)'란 시다. '10년 동안 칼 한 자루 갈았지만/서릿발 이는 칼날 아직까지 써보지 못했네/오늘에야 그대에게 보이나니/누구에게나 불평한 일은 있을 것이다'로 해석된다.
칼 하나를 10년 동안이나 아무도 모르게 갈고 또 갈았고, 이 칼을 들고 세상에 나가 나쁜 놈들을 모두 베어주겠다는 뜻이다. '검객'은 가도 자신이고, '검'은 자신의 재능을 뜻한다. 혼신을 다해 연마한 학문과 재능으로 천하를 바로잡겠다는 포부를 검객에 비유해 쓴 시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반도체 규제 등 대중(對中) 옥죄기를 본격화하면서 중국의 하이테크 산업은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전임 정권의 대중 강경 방침을 답습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기본적인 정책이 '트럼프 시대의 부정적 유산'을 전면 부정하고 뒤집는 것인데, 유일하게 계승하는 정책이 대중 정책이다. 오히려 더 강하게 나오는 모양새다. 중국 첨단산업을 고사시키고 싹까지 자르겠다는 자세가 역력하다.
중국은 기술자립 속도전으로 이 파고를 넘으려 한다. 이번 전인대에서 발표한 14·5계획에 담겨있는 첨단산업 육성 의지는 이를 잘 보여준다. 테크놀로지 혁명으로 독자기술을 개발해 미국 제재를 돌파하려고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목표는 미국 기술로부터의 독립이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있는 중국으로선 '죽기 아니면 살기' 전쟁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율을 70%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잡았지만 IT(정보기술) 조사회사 IDC에 따르면 지난해 자급율은 15·9%에 머물렀다. 외국과의 기술 격차도 여전히 크고, 첨단 반도체 제조장치의 해외의존도 역시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마저도 앞으로는 어려움이 상당할 전망이다. 미국이 자국의 반도체 기술은 물론이고 글로벌 제조장비업체의 대중수출까지 막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진핑(習近平) 정권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무시하고 홍콩, 위구르 문제에서 강권적 행태를 보여 리스크를 더하고 있다. 첨단산업의 공급망 유지에는 국제사회와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시 정권의 정책은 '중국 고립'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이다.
대만의 TSMC가 반도체 기업으로서 시가총액 세계 1위가 되기까지 40여년이 걸렸다. 한국의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수천명의 연구인력들이 20여년에 걸쳐 노력해 온 성과다. 하루아침에 꿈을 이룰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도 칼 한 자루 잡고 10년 동안 갈아보겠다는 자세는 '비장한 각오로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국가적 결기야 나무랄게 없다. 하지만 잘못되면 50년대말 '대약진 운동'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미중 대립 장기화를 배경으로 '자립자강' 슬로건을 내건 시진핑 정권에게 승산이 있을 지 의문 반, 믿음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