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문화평론가
윤여정이 최근 제4회 할리우드비평가협회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총 30관왕에 올랐다. 그동안 LA, 워싱턴 DC,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뉴욕 온라인, 그레이터 웨스턴 뉴욕, 오클라호마, 캔자스시티, 세인트루이스, 뮤직시티, 노스캐롤라이나, 노스텍사스, 뉴멕시코, 샌디에이고, 아이오와 등 각 지역의 비평가협회상부터 전미 비평가위원회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주요 영화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싹쓸이해왔다. 이런 분위기라면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인다.

영화 '미나리'를 통해 얻은 성과인데 이 작품도 아카데미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미나리'는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30개를 포함해, 전 세계 85관왕에 올랐다. 특히 아카데미상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이에 대해 미국에서 논란이 터졌다. AP통신은 골든글로브가 "비영어권 대사 때문에 미나리의 작품상 수상 자격을 박탈해 비판을 받았다"며 이 작품을 사실상의 우승작 중 하나로 꼽았다. CNN 방송도 "할리우드의 인종차별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도 같은 문제를 거론하며 "미나리 출연진도 연기상 후보에 오를 자격이 있었지만, 상을 받지 못했다"라는 지적도 했다.

글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이고 아카데미상 수상에 청신호가 켜진 것인데, 그 후에 터진 논란이 더욱 '미나리'에 대한 호의적 반응을 만들고 있다. 미국 매체들의 비판은 한 마디로, 골든글로브가 '미나리'에게 주요상들을 주지 않은 것이 차별이라는 이야기다. '기생충'도 미국에서 한국어 대사 논란이 있었고 결국 아카데미 4관왕에 올랐다. 요즘 미국에선 다양성, 소수자 이슈가 화두다. 미투운동과 페미니즘이 주목 받으면서 이런 이슈가 더욱 부각됐고,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우선주의를 주창하면서 그에 대한 반발도 강해졌다. 그래서 백인 남성들이 주도한다고 지적 받았던 미국의 주요 대중문화 시상식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마침 이런 변화가 시작됐을 때 한국 콘텐츠의 부흥이 본격화됐고, 그래서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이 미국 대중문화계의 변화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흐름으로 봤을 때, 골든글로브 '미나리' 차별 논란으로 인해 아카데미 측이 '미나리'에 더욱 강하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 '기생충'에게도 외국어 영화 차별 논란이 있은 후에 아카데미 측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많은 상을 수여했었다. 시상식 입장에선 이런 시상 결정이 자신들의 명예와 위상을 제고하는 방법이 된다. 국내에서도 대종상이 논란에 휩싸였을 때 청룡영화상이 대종상이 홀대한 작품을 우대해 위상을 제고한 사례가 있다. '기생충' 시상 이후에 아카데미상이 찬사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미나리'에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아카데미상이 '기생충'에 주요상을 몰아줄 당시에도 연기상만은 주지 않았었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외국어영화상), 이렇게 4관왕인데 한국어 연기는 외면했던 것이다. 당시 그 문제가 지적됐었고, 이번 골든글로브도 유사한 지적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엔 아카데미가 한국어 연기에 연기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윤여정이 가장 유력하다. 이미 여우조연상 30관왕으로 시상식 '도장깨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나리'는 한국영화가 아닌 미국영화이기 때문에 시상 결정도 더욱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제작사가 브래드 피트의 플랜B이고 연출한 정이삭 감독도 한국계 미국인이다. 우리 입장에선 한인들의 이야기가 나오니까 친숙한 것인데, 사실은 미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미국 이민자들의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매체들이 골든글로브를 비판한 것이다. 미국영화를 미국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만 주고 배제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다. 이건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의 정체성과도 연결된 사안이다. 그래서 아카데미 회원들이 좀 더 전향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수상은 보통 운과 분위기에 많이 좌우된다. '미나리' 또는 윤여정에게 아카데미상을 받을 운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위기는 우호적인 편이다. 아카데미상 수상에 절대적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배우가 한국어 연기로 미국 최고 영화상을 수상한다면 한국 영화인 위상 상승의 계기는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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