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직원 땅 투기 의혹 사태 수습을 위해 정부가 관련 부처와 공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으나 엉성한 조사로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주 1차 조사 결과 발표를 예고했지만, 조사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도 높은 수사나 감사원 전면 감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조사는 '반쪽 조사'로 그칠 공산이 크다. 정부는 조사 대상을 신도시 관련 부처와 공기업, 지자체 관련 부서 공무원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비속으로 한정했다. 방계인 형제·자매와 배우자 쪽 부모·형제·자매는 조사 대상이 아니다. 조사를 위해선 당사자들에게 일일이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응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될 수 있기 때문에 조사를 확대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정부는 필요할 경우 공직자의 형제나 4촌, 지인 등으로 조사 대상은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는 입장이나 실제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자신의 신분을 가리기 위해 차명이나 법인 명의로 투자할 경우 밝혀내기가 어렵다. 특히 부동산 업자에게 정보를 알려준 뒤 법인 명의로 투기하는 수법이 자주 동원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수사 당국이 돈의 흐름을 쫓아 투기적 거래가 의심되는 혐의를 파헤쳐야 실체 규명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참여연대·민변도 7일 논평에서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에 대한 전국민적인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합동조사단 조사와 별개로 수사기관의 강제수사나 감사원의 감사 등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실명이 아닌 차명 투자를 하면 밝혀내기 어려운 데다 형제자매나 배우자 친인척이 조사에서 제외되고, 조사 대상인 국토부가 조사를 맡은 데 대한 불신도 있다"며 "이를 불식하려면 범부처 합동특별수사본부에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과 민변 등 민간까지 참여토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배우자 친인척이나 차명으로 투기를 했다면 밝혀내기 어려워 이번 조사가 자칫 잔챙이만 일부 걸러내는 격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공직자의 땅 투기는 중앙 부처보다 지방자치단체 공직자들이 더 심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포천과 시흥에서도 이런 의심 사례가 고발됐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최근 경기 시흥시의원과 그의 딸, 포천시 간부급 공무원을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 등의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사준모에 의하면 포천시 간부급 공무원의 경우 작년 9월 도시철도 역사 예정지 인근 2600여㎡ 땅을 배우자와 함께 40억원에 매수했는데, 이후 실제로 이 부동산 인근에 광역 철도역 도입이 결정됐다는 것이다.
지자체의 경우 전수조사 대상을 신도시 담당 부서 공무원으로 한정했는데 조사 범위가 너무 좁다는 지적도 많다. 토지, 건축 관련 비리는 중앙부처보다 실무를 맡은 지방자치단체의 토착 공무원들이 저지를 수 있는 환경이어서 조사 범위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LH 직원 '농지투기' 규탄한다 (진주=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소속 농민들이 8일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정문 앞에서 '농지투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1.3.8 shchi@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