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혁신 성공기업 오경진 태림산업 부사장 불량률·제품당 에너지비용 계량화 소신투자로 제조위기 정면 돌파 獨ZF사와 2900억 규모 공급계약 지난해 매출 10배 규모 큰 성과
오경진 태림산업 부사장
"제조기업의 핵심 역량이 제품 경쟁력에서 데이터 활용능력으로 바뀌고 있다. 고객사들도 데이터를 활용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췄는지 여부를 2차 벤더 선택의 핵심 요건으로 따지기 시작했다."
오경진(사진) 태림산업 부사장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터와 스마트 팩토리, 에너지 효율화에 소신 있게 투자한 결과가 연 수주 2900억원이란 수치로 이어졌다"면서 "연 매출 250억~300억원 규모의 회사가 10년 치를 한꺼번에 수주한 비결은 '기술혁신'"이라고 강조했다.
태림산업은 창원국가산업단지에 본사를 두고 35년간 자동차 조향장치용 부품 한 분야만 파고든 전문업체다. 최근 스마트 팩토리, 에너지·전력 효율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환경 등에 투자를 집중해,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회사인 독일 ZF와 2900억원 규모의 대규모 공급계약을 맺었다. 직원 120명 규모의 중소기업이 10년 치 일거리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오 부사장은 "ZF, 현대모비스, 만도 등 국내외 자동차 부품사에 소품종 대량 생산 제품을 공급하는 전형적인 중소기업으로, 생존전략을 데이터와 R&D(연구개발) 투자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오 부사장은 오승한 태림산업 대표의 아들로,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테네시대학 MBA 과정 중 스마트팩토리와 데이터를 접하고 이를 산업현장에 접목해 왔다. 특히 제품 불량률 감소나 생산성 증가에 그치지 않고 생산 현장의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의사결정 수준을 높이고 제조효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오 부사장은 "일반적인 스마트 팩토리에서 한 단계 수준을 높인 '등대공장'을 목표로 기술투자를 해 왔다"면서 "특히 신속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등대공장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혁신 기술을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공장을 뜻하는 말로 세계경제포럼(WEF)이 2018년 처음 사용했다.
오 부사장은 "자동차 부품은 품질은 기본이고, 가격이 싸야 한다. 도요타 생산방법, 식스시그마, 링 매뉴팩처링 등 제조방법론에 최신 데이터 취득·처리기술을 결합해 '운영 엑셀런시(excellency)'를 확보함으로써 비용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고 디지털 제조혁신 비결을 설명했다. 이어 "과거 수동으로 얻던 데이터를 사물인터넷 센서 등 IT기술 덕분에 자동으로 확보해 숨어있던 낭비요소를 찾고 개선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생산공정별·설비별 운영현황이 계량화된 덕분에, 과거에 직감과 경험에 의존했던 의사결정이 데이터 기반으로 바뀌었다.
오 부사장은 "고객들은 근사한 프레젠테이션보다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얻은 계량화된 데이터와 불량률 수치를 더 신뢰한다"면서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 확보"라고 강조했다.
제조현장에서는 일부 불량률을 허용하는 게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기도 하는데, 현장 데이터를 활용하면 자신 있는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게 오 부사장의 설명이다. 로봇 같은 첨단 제조장비 채택 여부도 데이터를 통해 결정한다.
지역 제조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중에도 회사는 2019~2020년 직원 수가 30% 늘어났고, 올해도 직원들을 채용하고 있다. 링 매뉴팩처링, 데이터 관리 등 기술혁신 관련 인력이 그 중 20~30%를 차지한다.
에너지 효율화도 중요한 투자이슈다. 회사는 수배전반 설비를 최적화하기 위한 진단 컨설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전체 전기배전 설비 자산현황을 시각화해 관리하고, 공장 내 온도, 부하,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이상 발생 시 즉각 알람을 주는 경보 서비스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전력설비 현대화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신속한 의사결정, 유지보수 체계 개선이 기대된다.
오 부사장은 "제조현장의 여러 요소 중 에너지 낭비는 가장 계량화가 힘들고 위험성도 높은데, 최근 RE100(재생에너지 100%)과 탄소저감 이슈가 커지면서 중요성이 커졌다"면서 "국내 제조기업이 물건을 싸게 만들어도 해외 고객들은 생산·운송 과정의 전기·에너지 사용량 등을 따져서 자국 기업과 비교하는데, 계량화된 수치를 제시하니 고객의 반응이 좋고, ZF와의 계약에도 효과를 발휘했다"고 강조했다.
오 부사장은 자동차 부품업계에 이미 '에너지·환경 규제'가 현실화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맞춰, ZF의 경우 협력사의 에너지·환경 경영 수준을 평가해 녹색·옐로 등으로 분류하고, 수주 기회를 차등화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유럽 제조기업들은 물류·운송과정에 드는 에너지 비용을 고려해 국내 기업에 유럽 현지공장을 세울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오 부사장은 "제조공정과 에너지를 아우르는 데이터 계량화와 효율화는 글로벌 제조경쟁에서 국내 기업들이 앞서갈 수 있는 핵심 열쇠"라면서 "정부 지원과 자체 투자를 통해 회사 내에 최신 장비와 로봇, 소프트웨어 등을 결합한 모델공장 격인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국내외 제조·IT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거점으로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스마트산단 선도 프로젝트 시범단지로 선정된 창원국가산단에 미래형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혁신데이터센터 구축사업'의 일환이다. 이 사업은 산단 내 기업들의 제조데이터를 수집·가공·분석해 스마트팩토리 고도화 서비스를 개발하고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내년까지 총 180억원이 투입된다. 태림산업을 포함해 11개 기관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된 가운데, 태림산업 내에 데이터센터 참여기관들의 공용공간이 조성되고, 실제 운영 중인 스마트팩토리의 데이터 흐름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각화 공간도 만들어진다.
오 부사장은 "상반기 중 데이터센터 공간 조성을 끝내고 기존 제조라인을 옮겨서 연말까지 데이터 수집·활용 쇼케이스 공간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태림산업 공장 내부 전경.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제공
오경진(왼쪽) 태림산업 부사장과 김성환 슈나이더일렉트릭코리아 본부장이 에너지 효율화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