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찰 이야기
최종걸 지음 / 다우출판 펴냄


최초의 불교 경전 '숫파니타파'에 이런 구절이 있다. "얕은 개울물은 큰 소리를 내며 흐르지만 깊은 강물은 소리 없이 흐른다." 오랜 시간 한자리에서 민초들과 함께 해온 사찰은 깊은 강물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다. 때문에 종교와 무관하게 잠시나마 지친 마음을 내려놓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다. 모든 이에게 열려있는 휴식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이 책은 저자가 5년간 사찰을 직접 찾아다니며 남긴 순례기라 할 수 있다. 불지종가(佛之宗家) 통도사를 시작으로 백제불교의 첫 도래지인 영광 불갑사, 신라불교 첫 개창 절인 도리사, 그리고 5대 적멸보궁, 3대 해수관음 성지, 삼보사찰, 미륵신앙 성지, 지장신앙 성지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고찰들을 담았다. 일반적인 기행 책과는 다르게 사찰에 얽힌 기이한 일화와 옛 이야기를 중심으로 기록한 만큼 구수하고 흥미롭게 읽힌다. 특히 우리민족의 오랜 발원과 고승들의 깨달음의 역사가 고스란히 들어있어 사찰문화유산 해설서 이상의 느낌을 준다.

예를 들자면 전남 영광에는 '불갑사'가 있다. 절 이름은 '부처님을 모신 첫 번째 사찰'이라는 뜻이다. 이 절에는 백제에 불교를 전래한 인도승 마라난타 스님의 이야기가 전해온다. 해남 대흥사는 서산대사와 연관이 있다. 이 곳에는 서산대사의 가사와 발우가 모셔져 있다. 400년 넘는 시간동안 서산대사의 법맥이 이어져 오면서 선교(禪敎) 양종의 대도량으로 자리를 잡았다. 김제 금산사는 미륵신앙의 성지로 불린다. 어린 시절 이곳으로 출가한 진표율사는 후일 금산사를 중건한 대스님이 됐다. 경기도 화성 용주사는 회한(悔恨)이 많았던 정조 임금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기 위해 세운 절이다. 경기도 남양주 봉선사는 한국 최초로 대웅전에 '큰 법당'이라는 한글 편액이 걸려 있는 사찰이다. 원효대사가 창건한 여수 향일암은 기도 발원을 하면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주는 영험한 기도도량으로 유명하다.

저자가 불가와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 2년을 마치고 입대를 위해 고향에 내려갔을 때 일이라고 한다. 스님으로 계시는 외가의 작은할아버지를 만나면서 불연(佛緣)이 시작됐다고 한다. 인연은 친동생의 출가를 보는 것으로 이어졌고, 이제 저자는 천년 고찰을 세상에 알리는 책을 내놓았다. 저자는 독자들이 책을 통해 "마음을 쉬고 또 쉬며, 철로 된 마음의 나무에 꽃이 피기를 발원한다"고 밝혔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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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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