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직했다. 윤 총장은 4일 사직을 밝히며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면서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했다. 윤 총장은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윤 총장 사퇴는 '헌법과 법치를 무시하는 정권이 검찰을 흔드는 상황에서 더 이상 총장직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윤 총장은 2019년 8월 조국 전 장관 일가 비리를 수사하고 기소하면서부터 정권과 각을 세워왔다. 이후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월성원전 경제성평가 조작 의혹,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의 권력층 개입 의혹,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금 의혹 수사 등을 밀어붙여 청와대와 여권의 견제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해놓고, 윤 총장이 정작 그렇게 하자 법무부를 앞세워 윤 총장을 찍어내려고 했다. 권력 비리 수사 검사들을 좌천시키고, 헌정사에서 딱 한 번 있었던 법무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권 발동을 세 번이나 행사했다. 나아가 윤 총장을 직무배제하고 직무정지까지 시켰으나 모두 법원에 의해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기도 했다.

윤 총장이 이 정권으로부터 받은 굴욕과 수모는 일찍이 한국 검찰 역사에서 없었던 일이다. 그럼에도 윤 총장이 직을 유지한 이유는 검찰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정권은 검찰개혁이란 미명 아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만들어 검찰로부터 고위공직자 수사·기소권을 빼앗았고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6대 범죄 외에 수사권도 경찰에 넘겼다. 그나마 남은 검찰의 수사권마저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 넘기려 하자 더 이상 못참고 윤 총장이 반발한 것이다. 윤 총장의 사퇴에 대해 여권은 "정치검찰의 끝판왕" "정치행위를 일삼던 공무원의 사직"이라며 도 넘는 비난을 퍼붓고 있다. 국민은 외풍을 막아주던 윤 총장이 떠난 검찰이 과연 권력형 비리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지 우려하고 있다. 국민의 그 같은 심정을 안다면, 여권은 졸렬한 언사를 삼가야 한다.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윤 총장의 사퇴 변은 결코 폄훼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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