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총장 사퇴 정치권 '일파만파' 與, 중수청 법안 발의 늦출수도 국힘, 尹 정치행보 나설지 주목 야권 차기 대선주자 1위로 꼽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하자 정치권에도 파장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검찰의 오명을 얻었다"며 윤 총장을 비판하면서도 여론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반면 국민의힘은 "참담하다"면서도 윤 총장의 정치 행보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검찰총장·민정수석 사의 일괄 수용=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윤 총장과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표를 모두 수용했다. 청와대는 특히 윤 총장이 오후 2시에 사의를 표명하자 1시간 15분 만인 3시 15분에 속전속결로 사의 표명 수용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이 과정에서 "사표 수리와 관련된 절차는 앞으로 행정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수석의 사표 수리 절차가 진행되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 수용의사부터 밝힌 것이다. 신 수석의 경우에도 청와대는 사표 수리 사실을 밝히면서 후임까지 함께 발표했다. 검찰의 역할을 강조했던 인물들의 사표를 일괄로, 서둘러 정리한 셈이다.
◇창 든 與, 방패 든 野=청와대의 조속한 결정에 여야의 평가도 극명히 엇갈렸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은 오로지 검찰이라는 권력기간에 충성하며 이를 공정과 정의로 포장해왔다"고 비판했다. 살아있는 권력만 수사하면서 '제 식구'를 감싸는 정치검찰 행보만 보여왔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사욕과 안위가 먼저인 정권의 공격에 맞서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윤 총장을 감쌌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권의 불의에 맞서 잘 싸웠던 윤 총장이 더 이상 싸울 힘이 없음을 밝히면서 사퇴했다"며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불의하고 무도한 정권이 핍박과 축출시도로 일국 공권력의 상징인 검찰총장마저 축출하는데 이르렀다"면서 윤 총장의 사퇴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 돌리기도 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의 '우리 윤 총장님'이 사퇴하면, 정권의 폭주를 막을 마지막 브레이크가 없어지는 셈이다. 정권의 썩은 부위를 도려낼 수술용 메스가 없어지는 격"이라며 "당장은 희희낙락 할지 몰라도, 이제 앞으로 오늘 윤 총장이 내려놓은 결과의 무게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與 중수청 추진에도 제동=윤 총장의 사의 수용은 즉각 이뤄졌지만 여당은 윤 총장 사퇴가 유권자들에게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궐선거가 1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작은 결정도 표심에 크게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기형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특위 전체회의를 마친 뒤 "수사·기소 분리와 관련해 기본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며 "정돈된 상태에서 (중수청 신설) 법안 발의를 하겠다"고 했다. 오 대변인은 상반기 법안 처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특별히 언제까지 시한을 놓고 접근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초 이달 초 발의를 목표로 속도를 내는 데 집중해왔으나, 이날은 의견수렴을 이유로 법안 발의 시점을 늦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윤 총장이 중수청 설치를 반대해왔다는 점에서 정계 진출의 명분을 마련해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尹 정계 진출 가능성에 촉각= 국민의힘은 윤 총장의 정계진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 총장이 이날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계진출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확실한 대선후보가 없는 야권의 입장에서 윤 총장의 정계 진출은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윤 총장과 힘을 합쳐 헌법을 지킬 것"이라며 윤 총장을 울타리 안으로 끌어안았다. 다만 국민의힘에서는 윤 총장이 지나치게 부각 되면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이 희석될 뿐 아니라 당내 대권주자들의 관심까지 뺏길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디지털타임스와 통화에서 윤 총장과의 대면 가능성에 대해 "내가 그 사람을 왜 만나냐. 나는 그 사람을 알지를 못한다"면서 선을 그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대권 후보는 이번 4.7 보궐선거 끝나고 나온 다음에 거론되는 사람들이 제대로 거론되는 사람"이라며 "지금부터 여론 조사에 거론되는 사람들이 대권 후보로 가라는 법은 없다"고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