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얽힌 직원 승진…1.5억원 구상권 행사하지 않아 키코 사태 재조사부터 잘못…책임지고 물러나야 마땅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은 채용비리 얽힌 직원을 팀장으로 승진하는 등 이번 인사 참사의 책임을 지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즉각 자진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금감원 노조는 3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5일까지 윤 원장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오창화 금감원 노조 지부장은 "김모 팀장 등이 가담한 채용비리로 억울하게 탈락한 피해자들이 낸 소송으로 금감원은 1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지급했다"며 "이들에게 구상권 청구도 요구하지 않은 채, 수석에서 팀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내로남불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최근 노조는 감사원 감사 결과 채용비리에 연루돼 징계받은 김팀장을 포함한 두 직원이 올해 초 승진자 명단에 오른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오 지부장은 "잘못된 인사는 되돌릴 수 없으며, 윤 원장이 이번 인사참사를 책임지는 방법은 사퇴뿐"이라며 "정의와 공정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번 채용 비리로 인해 윤 원장 또한 여러 형사사건에 고발당할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장 자리는 피감기관인 금융회사를 감독해야 할 중요한 자리로서, 그에 걸맞은 책임도 져야만 한다. 이로 인해 역대 금감원장 중 카드사태를 잘 마무리지은 윤증현 전 원장과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한 김종창 전 원장을 제외하고, 임기 3년을 모두 마친 이는 없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또한 이번 채용비리 사태로 내부에서도 윤 원장이 신임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젊은 직원을 주축으로 윤 원장이 자진사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금감원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200명 가까운 응답자 중 70% 이상이 '윤 원장의 이번 정기 인사가 잘못됐다'고 답변했다.
노조는 윤 원장 취임 이후 키코 사태를 재조사한 점도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오 지부장은 "취임 즉시 키코 피해자를 만나 재조사를 지시하더니 1년 후에는 용두사미 격으로 은행들이 불완전판매에 대한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쟁조정 결과를 발표했다"며 "오히려 키코 사태를 재조사하면서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등 다른 금융리스크를 점검할 인력이 줄어들며 사태를 더 키웠으며, 내부에서도 윤 원장 취임 이후 늘어난 민원으로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오 지부장은 "지난달 국회 업무보고에서도 윤 원장은 '신호 위반했다고 교통경찰이 다 책임질 일은 아니다'고 책임을 회피한 것은 큰 잘못"이라며 "윤 원장이야말로 내부 관리를 소홀히 한 점을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가 바란 '비관료 우선 원칙'은 업무능력과 도덕성이 비슷할 때 우선하는 원칙이라며, 윤 원장이 지금처럼 금감원을 무정부상태로 만들어 놓고도 임기연장을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데 이런 모습을 청와대가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윤석헌 원장은 3월 5일 금요일까지 거취를 밝혀주기 바란다. 만약 사퇴하지 않고 버틴다면 무사히 퇴임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이날 오후 해명자료를 통해 노조가 주장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금감원은 "본원은 채용비리 연루자에 대해서는 징계절차를 진행하거나 징계 후 일정 기간 승진을 제한하는 등 조치를 취했으며, 현재도 채용비리 관련 사안의 중대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후 올해 정기인사 기간 해당 직원이 징계로 받은 승진·승급 제한기간이 도과해, 다른 승진후보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승진심사를 진행했다"며 "또한 인사윤리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 후 이뤄졌으며, 징계처분을 받았다 해서 추가적으로 인사기준에도 없는 불이익을 계속 준다는 것도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병탁기자 kbt4@dt.co.kr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금융감독원지부는 3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김병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