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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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민항기 이코노미석에 앉아 미국 방문길에 오른 멕시코 대통령의 사진이 화제가 된 적 있습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사진 맨 오른쪽) 대통령 얘기인데요, 그는 경비를 아끼기 위해 대통령 전용기를 팔아치우고 외국방문 길에 일반 민항기, 그것도 이코노미석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경호 최소화'도 실행중입니다. '검소'와 '소탈'을 내세우는 행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데요, 그에 따른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1일(현지시각)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기자회견장에는 검은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남성이 난입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회견에 배석했던 리카르도 세필드 연방소비자보호청장이 연단에 나와 발언하던 도중 뒤쪽에서 한 남성이 나타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 다가갔습니다. 대통령과 이 남성은 서로 팔을 잡은 채 가까이 서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고, 남성은 이후 대통령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순순히 자리를 떴습니다. 이후 대통령실의 설명에 따르면 이 남성은 31세의 북부 두랑고주 출신으로, 마약 소지 혐의로 2년간 감옥 생활을 한 후 삶이 엉망이 됐다고 호소했다고 합니다. 그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마약을 심어둔 것이라면서, 출소 후 일자리도 구하기 어렵고 딸도 볼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고 했답니다.

기자들도 사전에 출입증을 발급받은 후 금속탐지기 등을 통과해야 입장할 수 있는 기자회견장에 이 남성이 어떻게 경비를 뚫었는지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실 경비를 비웃기라도 하듯 유유히 등장한 이 남성은 멕시코 대통령의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를 다시 키웠습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2018년 12월 취임 후 경호 인력을 대폭 줄인 채 일반 국민과 스스럼없이 접촉해 왔습니다. 우려 섞인 지적이 나오면 "국민이 나를 지킬 것"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가 타고 가는 비행기 내에서도 가끔 소소한 소동이 이어져왔다고 하네요. 대통령이 전날 과달라하라 방문을 마치고 멕시코시티로 돌아오는 도중 승객 5명이 비행기에서 내리는 대통령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고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또 다른 승객은 대통령은 향해 "나쁜 대통령"이라며 "물러나라"고 소리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날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전날의 비행기 소동과 관련해 "(대통령이라는) 직업의 일부다. 이게 민주주의와 독재의 차이다. 독재 정부에선 사람들이 항의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나에겐 경호원이 없어도 시민 도우미들이 있다. 잘못한 게 없는 사람,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은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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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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