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의료 산업에도 '언택트(비대면)'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글로벌 의료산업은 비대면을 중심으로 그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고,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느라 분주하다. 주요국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미래 의료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언택트 기술이 의료 분야에서 활발히 접목되어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특히 가상내원(Virtual Visits), 원격환자모니터링(RPM), 모바일헬스(mHealth), 개인응급대응시스템(PERS) 등을 포괄하는 원격의료 분야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규제에 묶여 원격의료 성장이 지지부진하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원격의료 필요성이 커진 이 때가 바로 답보 상태에 빠진 한국 원격의료를 한 단계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밀어줘야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서면을 통해 본지와 인터뷰한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원격의료를 도입한 후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가는 의료 선진국들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부회장은 "COVID-19 팬데믹 이후 병원 및 환자 치료에 차질이 생기면서 원격의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여, 원격의료는 '글로벌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미국의 경우, 미래 먹거리로서의 원격의료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확인하고 시장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원격의료의 성장성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분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까다로운 규제 등으로 인해 원격의료 성장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원격의료는 산업적으로도 크게 발전할 수 있는 분야인데, 규제와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우리는 발전 가능성 자체를 수십년간 포기상태로 있는 셈이라는 시적이다.
이 부회장은 "AI 바이오·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4년 6억 달러에서 2020년 66억 달러로, 시장규모가 약 11배 증가했다"며 "매우 빠르게 고성장하고 있는 산업이라는 이야기다"며 "이렇게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인데 혁신이 더뎌지니 산업적으로도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건강 측면으로도 원격의료가 시작되면 중증환자 관리는 빠른 진단 및 처방도 가능해진다는 이점이 있다"며 "이러한 큰 손실과 이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원격의료 발전이 더딘 이유는 규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불확실한 산업을 혁신하기 위한 여러 가지 규제가 아직까지도 산재해 있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CB 인사이트에서 선정한 150대 디지털헬스 스타트업 중에 국내 기업은 단 한 곳만 선정되었다"며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국내 기업이 규제로 인해 디지털헬스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고 말했다.
규제로 인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의 혁신이 더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해집단 간 간극을 좁히고, 합의하게 할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절실한 시점인데 정부가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그나마 규제샌드박스 시행을 통해 규제 완화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제적인 네거티브 규제 개선만이 답인데, 당장은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할지 장기적인 '로드맵'을 차근차근 그려 나가야 할 단계가 지금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