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3·4호기 건설 부지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신한울 3·4호기 건설 부지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경북 울진에 위치한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공사계획 인가기간이 2023년 12월까지 연장됐다. 2017년 12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된 후 원전 건설공사가 중단된 지 4년만의 결정이다. '탈(脫)원전' 정책에 따라 신규 원전 건설은 할 수 없지만, 당장 사업을 취소할 경우 건설에 투입된 매몰비용을 둘러싸고 대규모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을 의식한 '어정쩡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당장 국회에서는 신한울 3·4호기 사업과 관련해 고발·감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공정률이 10% 정도 진행된 사업을 대책 없이 중단시켜 수천억원의 매몰비용이 발생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맡은 두산중공업은 주기기 제작에 이미 4927억원을 투입했고, 한수원의 토지 매입비 등을 포함하면 매몰비용은 79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국민의힘 탈원전·북원전 진상조사특별위원회는 "정부가 신한울 3·4호기 공사계획 인가기간을 연장한 것은 손해 배상 등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차기 정권으로 결정을 미루며 시간을 벌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검찰 고발 및 감사 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원전업계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공사계획 인가기간이 연장돼 원칙적으로는 사업 재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한수원·한전기술·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원전업계 종사자들이 결성한 원자력노동조합연대는 성명서에서 "신한울 3·4호기의 계획 파기는 정치 놀음 댓가를 국민 혈세로 때우겠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공론화하고 추진 중이던 신한울 3·4호기를 즉각 재개하라"고 주장했다.

경북도는 "지역 주력산업인 원전을 지속해서 운영하고 지역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번 신한울 3·4호기 공사계획 인가에 따라 원전 건설이 반드시 재개돼야 하며 영덕 천지원전 예정구역 지정 철회 행정예고로 백지화가 확정된 영덕의 지역주민 보상도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한수원도 사업을 자체적으로 철회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처지다. 업무상 배임 문제가 불거져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어서다. 정부는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한수원에게 '퇴로'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정안은 탈원전 등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적법하게 발생한 전기 사업자의 손실 비용을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보전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손실 비용을 보전해주는 제도가 마련되면 한수원이 스스로 사업을 철회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이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전력기금은 국민이 매달 내는 전기요금에서 3.7%를 떼어내 적립하는 기금이기 때문에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손실을 결국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손실 보전의 기준도 논란이다. 정부는 개정안 입법예고를 하면서 "적법하고 정당하게 지출된 비용에 대해 보전한다"는 원칙을 밝혔는데, 보전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부지 매입이나 기기 제작에 들어간 비용만 보전한다는 의미인지, 원전 사업 철회로 인한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나 사회적 파장까지 고려한다는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2012년 9월 천지 원전 사업구역으로 지정됐다가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사업이 철회된 경북 영덕군은 직·간접 경제적 피해 규모가 3조700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덕군은 산업부 등 관계기관에 주민들에 대한 피해조사 및 보상 대책 마련과 원전 자율 유치금 380억원에 대한 사용 승인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희진 영덕군수는 "10여년 간 재산권 행사와 생업에 큰 제약을 받은 토지 소유자들에게 납득할 만한 수준의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국민의힘 탈원전ㆍ북원전 진상조사특별위원회 권성동 위원장(가운데)과 의원들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신한울 3, 4호기의 공사재개를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탈원전ㆍ북원전 진상조사특별위원회 권성동 위원장(가운데)과 의원들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신한울 3, 4호기의 공사재개를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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