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인 척 안한다"더니 '나경영' 실책, 무상급식 반대하던 후보는 600만명 스마트워치 보급 들고와
'1년짜리 시장' 후보끼리, '도로 지하화' 공약자끼리 난타전
매표정책 틀 안에서만 공공·숫자 경쟁, 與와 차별성 떨어져
위협받은 시민자유 보호에 몸 던지고 '시너지 없는 분열' 막아야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본경선에 진출한 (왼쪽부터)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오신환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조은희 서초구청장.(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본경선에 진출한 (왼쪽부터)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오신환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조은희 서초구청장.(사진=연합뉴스)
선장·항해사를 뽑는다 했는데 '내가 제일 노를 잘 젓는다'는 사람들만 모인 느낌이다. 큰 그림이 안 보이고 좀스럽다. 흥행이 왜 안 되는지 알겠다. 명색이 제1야당인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들의 경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든 생각이다.

"좌파가 짬뽕을 만든다면 우파는 짜장면을 만들어야 한다"던 후보는 '출산'과 '1억' 키워드를 버무린 대출이자 보조금 공약을 내놨다가 '나경영'이라는 빈축을 샀다. '풀 것은 풀겠다'는 구호나 '자유주의(主義) 상식연합' 깃발이 무색할 정도다.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찬반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박원순 10년 시정'을 열어준 후보는 시민 600만명에게 스마트워치를 '보급'해 건강관리를 해주겠다는 공약을 들고 돌아왔다. 4인 가구에 근로소득자가 없어도 중위소득(연 6000만원)의 최대 절반까지 준다는 것인지 귀를 의심할 만한 '안심소득'도 내걸며 '우파 후보'를 자임했다. 공약보단 200가구 시범사업 구상이긴 했다. 그러나 "중도인 척 안 하겠다"던 '우파 자장면' 후보는 짬뽕도 포기할 수 없었는지 "안심소득을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고 매달렸다. 이런 후보에게 2명의 오(吳) 후보는 "강경보수"라고 쏘아붙였다.

서로 발목도 잘 잡는다. "도로·철도 지하화"를 포함한 '입체도시'를 구상하는 한 후보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거론한 '다핵도시' 후보에게 "서울시 전체를 공사판 만들려는 것이냐"고 타박했다. 똑같이 "1년짜리 시장" 선거에 나서놓고 '1년 안에 시민에게 무얼 해줄 수 있냐'고 상대방만 추궁하는 후보가 있고, 그에게 10년여 전 '무책임'만 상기시킨 후보가 있었다. 경선 '맞수토론'이 3차례 진행되고 나서야 토론평가단 해체 요구가 나오기까지 했다. '성추행 보궐선거'를 초래한 인물을 "혁신의 롤모델"이라는 후보나 "서울 특권주의자들아" 막말하는 대변인에 쓴소리조차 안 나오는, 피아(彼我)구분이 상식을 짓눌러버린 여당과는 정반대의 '모래알 선수'들이다.

상대방 공약의 소요재원은 부풀리고 주택공급을 놓고 '숫자 다툼'하는 모습은 정치의 본질을 망각한 '기능공 경쟁'처럼 보인다. 현재 정부·지자체의 규제권력과 돈줄은 여당이 쥐고 있는데, 야당은 그들이 짜놓은 혈세 매표(買票)경쟁 틀 안에서만 '내 정책이 더 세련됐다'는 식이니 여권과 차별화도 난망하다.

특히 "자가(自家)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인다"는 인식 아래 정부·여당이 20차례 넘게 자국민 주택소유자 내몰기 식 '부동산 정치'를 자행해도, 야당 후보들은 가격 논리에 치우쳐 '공공' 레토릭을 내려놓지 못한다. 정치인들이 관존민비에 끌리는 탓일까. 부동산 대출 및 거래 규제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자연적인 공급확대와 가격하락을 가져온다고 '확신'을 피력하는 후보가 없다. 1년간 비과학·내로남불이 드러낸 신종 '방역 공안' 속에서 시민들이 마음 놓고 숨 쉴 자유, 영업할 자유, 표현할 자유,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를 부르짖는 후보도 없다. '박원순 10년 시정'간 서울시가 대대로 구축해온 소위 시민단체·사회적경제 카르텔, 관제 무상시리즈·제로페이 생태계로의 혈세 누수를 척결할 의지를 지닌 후보가 있는지 역시 의문이다.

앞서 2018년 6월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문수 당시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은 자유다"를 구호로 단기필마 유세전을 펼쳤다. 대통령 탄핵 여파가 계속되던 중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이라는 '평화무드 연출'에 압도돼 선거를 치르는 겹악재 속에서 패배했다.

김 후보는 23.3%를 득표해, 직전 대선 때보다 중도 지향을 강화한 '극중(極中)주의'의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19.6% 득표)를 3위로 따돌린 바 있다. 그래서인지 약 3년 뒤 보선에선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나선 야권후보 중 안철수 현 국민의당 대표가 오히려 더 큰 '우클릭'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부족하다. 출마자들은 이번 보선을 서울시민, 나아가 국민들이 '중국식 전체주의' 좌파 치세에서 가장 크게 위협받은 가치부터 상기시켜주고, 대변하고, 문제해결에 투신해야 한다.

또 사리사욕을 버리고, 2017년 대선 때부터 반복돼 온 분열을 막아야 한다. 국민을 지킨다는 대의에 뒤도 안 돌아보고 투신하는 인물이 나온 뒤에야 '국민의힘·국민의당 이름값 한다'는 평가와 더 큰 기회가 돌아올 것이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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