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이해충돌방지법 공청회 상임위원 선임-안건마다 회피 방향에 "헌법 위반 소지" 의견 단순 처벌규정보다 상설기구 설립, 사례 누적 등 필요성 제기 여야 "재산신고 피해 있어" "현행법 저촉만 처벌받으면 되지 않나" 등 우려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법'이 한 계단 한 계단 절차를 밟아가고 있으나 완성까지는 제법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운영위원회가 25일 운영개선소위원회를 열고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 법 제정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으나, 국회의원들과 전문가들 대다수가 '신중론'을 제기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국회의원 임기 시작일로부터 일정 기간 동안 과거에 재직한 법인·단체와 관련된 소관 상임위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까지 여야 의원들의 발의안은 주로 '재산상 이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획재정위·국토교통위·정무위 등 위원 선임과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처음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19대 국회와 20대 국회에서 모두 자동으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는 국민의힘을 탈당한 박덕흠 의원의 가족회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 여러 이해충돌 논란이 빚어진 탓에 서둘러 이해충돌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법 제정 취지는 공감하더라도 이해충돌의 범위를 일괄 정의하기 어려워 사례를 누적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에 힘을 실었다. 김정연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내에서 이해충돌을 만들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도 하고, 자원낭비이기도 하며 헌법 위반 소지도 많다"며 "오히려 너무 많은 이해충돌이 난무하는 상황이라, 어디까지 규율할지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해관계가 있는 재산처분, 외부심사에 의한 상임위 재배치, 발언 및 표결 통제 등이 일일이 강제되는 것은 위헌소지가 크며 이해충돌 규제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도 채택하지 않은 제도라는 게 김 교수의 입장이다.
의원이 신고 의무를 이행케 하고, 위반 시 징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단순 처벌규정 외 제도적 보완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신고의무 위반시 어떻게 징계할 수 있고, 징계권을 행사할 기구의 권한이 명시돼야 한다"며 "지금 다수 법안은 이해충돌 징계심사 기관을 윤리심사자문위로 뒀는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는 영국모델을 추천한다. 영국은 의회윤리관을 별도 독립기구로 상설화해 선임한다. 실(室) 체제를 둬서 일상적으로 접수받고 스크리닝하고 정보공개 책임과 징계의뢰까지 책임진다"며 "집행을 어떻게 담당할지 명시가 안 되면 국회법 개정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운영위에서 선임하는 독립윤리심사위를 두고 영국 식 윤리감독관을 통해 이해충돌 사전상담을 받게 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서는 "두 방식이 상충되지 않는 것 같다"며 공감했다. 그는 위원 선임은 명백한 재산상 이득과 연계되면 제척하고, 사전 신고를 통한 의안별 회피제도를 두는 입법 방향성을 강조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부분 국회의원이 재산신고를 할 때마다 피해를 본다. 신고했는데 자세한 내용을 보면 전혀 부정이 아닌데도 일부 시민단체에서 엑셀로 받아서 그냥 (비판)한다"며, 1급 이상이나 차관급 상설기구가 재산신고 등을 관할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서 교수는 "이해충돌방지법 만드는 목표는 국민신뢰 획득"이라며 "법 만들고 책임기관이 없으면 결국 더한 불신을 갖게 된다. 그래서 기구가 중요하다"고 동의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해충돌 금지에 대해서는 여야가 반드시 지키자는 '선언'을 하고, "중대하게 현행법 저촉되는 것은 법률대로 처벌 받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법이 아닌 선언적 의미의 이해충돌방지를 하자는 것이다. 조 의원은 "20대 국회의 모 의원은 2017년 5월 상임위와 관련한 행위로서 도시재생 사업계획 미리 파악한 뒤 차명으로 부동산 매입했다"며 "또 다른 한 의원의 경우 작년 1월 허위 인턴활동증명서 발급해 준 혐의로 기소됐는데 같은 해 12월 법제사법위에 배정됐다"고 사례를 들었다. 문화체육관광위원 활동을 했던 손혜원 전 의원과 법사위원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을 '저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역시 박 의원이 국토위원 활동 중 가족회사 등에서 국가와 지자체 공사 3000억원 이상 규모를 수주한 것으로 드러나 이해충돌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회 외부에 별도로 독립적인 징계기관을 두는 방안에 대해서는 전상수 국회사무처 입법차장이 "우리 헌법은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는 국회가 하도록 하고 있다"며 삼권분립과 헌법에 맞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운영위는 10건 이상 발의돼있는 이해충돌방지법안에 대한 축조심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25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국회운영개선소위원회에서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에 관한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진술인으로서 참석한 (왼쪽부터) 서복경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책임연구원, 김정연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조교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