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의존 않을만큼 생산 가능"
정부 차원 兆단위 투자 무기로
전기차 벨류체인 중심 급부상
업계 "양산까지 15년 걸릴 듯"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최근 유럽 배터리 제조업체인 노스볼트가 공격적인 투자로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배경에는 EU(유럽연합) 등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됐다.

EU는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용 배터리를 자급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적극적인 친환경 정책과 조 단위 투자를 앞세워 전기차용 배터리로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부집행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배터리 관련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202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셀을 수입에 의존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이는 전
<코트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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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60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EU는 이를 위해 2050년까지 CO2 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하는 적극적인 친환경 정책을 세웠고, 2019년 12월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등 전기차 배터리 연합 7개국이 주도하는 IPCEI(Important Projects of Common European Interest)은 17개 기업의 전기차 배터리 연구 프로젝트에 32억 유로(약 4조3000억원)의 보조금 지원을 승인했다. 이들 기업들 역시 50억 유로에 이르는 자체 투자를 진행 중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현재 EU는 유럽 전역에서 발표되고 있는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로 2025년부터는 한 해 350GWh에 해당하는 규모의 리튬 이온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는 전 세계에서 중국에 이은 2위 규모다. EU는 이를 바탕으로 3만5000~5만개의 관련 일자리(GWh당 일자리 100~150개 창출)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기업들은 배터리 자체 생산 벨류체인 구축을 위한 원자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프랑스의 철강기업 에라멧(Eramet)의 경우 아르헨티나에 약 900톤 규모의 리튬 광산을 개척, 2025년까지 유럽 전체의 필요량 절반인 연간 2만4000톤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유럽 내 리튬 채굴 프로젝트 등도 동시에 추진 중이다.

EU집행위는 이와 함께 오는 2023년 발효를 목표로 친환경 배터리 규제안도 내놓았다. 규제안에 따르면, 2024년 7월부터 충전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 등 모든 산업용 배터리는 탄소발자국을 공개해야만 시장에서 판매될 수 있고, 2030년 1월부터는 원자재 일부(코발트의 12%, 리튬의 4%, 니켈의 4%)를 재활용 원료로 사용하도록 하는 등 강력한 내용이 담겨있다.

업계에서는 다만 유럽 기업들이 한국 업체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해 양산하기까지는 약 15년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이 범정부 차원의 지원과 규제 압박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 그 시기는 상당 수준 앞당겨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동시에 나온다.

특히 유럽은 세계 1위 완성차(폭스바겐)와 화학(바스프) 기업을 모두 보유하고 있고 여기에 IT(정보기술) 경쟁력도 상당하다. 전기차용 배터리의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 등을 좌우하는 주요 기술이 화학적 배합 능력과 IT를 기반으로 한 패키징 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잠재력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노스볼트를 비롯한 유럽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현지 완성차 업체와 정부의 강력한 지원, 그리고 한국인 엔지니어를 활용해 이미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며 "양산 능력과 품질 균일성만 확보된다면 위협적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테슬라모터스 출신인 피터 칼슨 노스볼트 CEO(최고경영자)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약 500명의 신규 인력 채용을 비롯해 투자유치와 생산계획 수립 등 준비를 끝내고 올해 말 스웨덴 셸레프테오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양산에 들어간다"며 "셀레프테오 공장에 관련 설비를 설치하는 것 외에도 배터리 시스템 개발, 에너지저장 솔루션 생산능력 확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줬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코트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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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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