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국가연구장비 구축운영 노하우 그 어떤 기관보다 월등하다 자신 산학연 연구자에 고차원 분석 지원 국내외 분야별 가속기 전문가 모아 인력 효과적 배치·활용하는게 관건 국산 장비개발 통한 기술자립 목표"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데스크가 묻는다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기초지원연이 지향하는 미래 모습은 국가 대형연구시설 구축·운영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국가 거대과학 연구시설로 충북 오창에 조성되고 있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우리 기관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좌표가 될 것이다."
신형식(사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이 그리고 있는 미래 먹거리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로 귀결된다. 신 원장은 인터뷰 내내 전환기에 놓여 있는 기초지원연이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과 운영에 기여해야 한다고 남다른 사명감을 드러냈다.
1988년 설립 이래 첨단 연구장비·시설 대표 연구기관을 담당해 온 기초지원연이 소명의식을 갖고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의 성공 구축과 운영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1조원의 사업비를 투입하는 국가 대형연구시설로, 지난해 5월 공모를 통해 충북 오창이 최종 유치지역으로 선정됐다. 오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착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했다.
신 원장은 "그동안 첨단 국가 연구장비를 구축·운영한 경험과 노하우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에 접목한다면 사업 추진에 상당한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고, 가속기를 이용하는 산학연 연구자에게 보다 수준 높은 다양한 분석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국가 기초과학 역량과 산업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2019년 5월 취임 이후 임기 3년차를 맞은 신 원장을 대전 본원에서 만나 기초지원연의 새로운 역할과 책임,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의 성공 전략, 향후 중점 기관 운영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소통과 협력으로 '새로운 도약의 해' 선언=신 원장은 올해야말로 기초지원연이 새로운 변신과 함께 도약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미증유의 상황에서 직원 간 소통과 협력을 통해 기관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희망과 저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시도한 전 직원 온라인 소통과 부서별 직접 소통 경험을 개선해 보다 효과적인 소통 채널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례화하고, 이를 통해 제기된 조직 구성원의 의견을 기관의 미래경영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소통 중시 경영' 의지를 내비쳤다.
신 원장이 지향하는 기초지원연의 진정한 미래는 조직 내부의 소통과 협력을 근간으로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가 합쳐질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는 그의 평소 지론에 따른 것이다. 다시 말해, 기관의 비전과 역할에 대해 내부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고, 이를 행동으로 실천할 때 지속발전 가능한 형태로 미래가 실현된다는 게 신 원장의 설명이다.
신 원장은 이 같은 원칙을 갖고 지난 2019년 5월 취임 이후 △연구시설장비 컨트롤타워 역할 강화 △국가 연구 인프라 활용성을 극대화하는 분석과학 연구 △분석과학기술 공유·확산 등을 기초지원연의 역할과 책임(R&R)으로 재정립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향후 5년의 세부 전략을 세우는 데 역량을 쏟았다.
◇'국가 대형연구시설 구축·운영'이 지속발전 가능한 미래= 신 원장은 조직 구성원 간 소통과 협력을 통해 기초지원연의 미래 모습이자 새로운 도약의 구름판은 '국가 대형연구시설 구축·운영'에 있다는 결론을 도출해 냈다.
이는 기초지원연이 안고 있는 최대 현안이자 숙원이기도 했다. 그동안 기초지원연은 첨단 연구장비를 구축·운영하고, 이를 대학과 공공연구기관, 기업 등 산학연이 공동 활용할 수 있는 토대 마련과 분석서비스 지원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는 "최근 들어 다른 연구기관이나 대학, 기업 등이 경쟁적으로 연구장비를 구축하고, 자체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감에 따라 '연구장비 공동 활용'이라는 우리의 역할이 많이 퇴색해져 갔다"며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우리의 새로운 도약은 국가 대형연구시설 구축·운영에 달려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초지원연이 설립 이후 오랫동안 축적해 온 연구장비 구축과 운영의 전문성과 역량을 바탕으로 앞으로 구축·운영되는 국가 대형연구시설에서 존재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 원장은 지난해 정부가 지자체 공모를 통해 추진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에 주목했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기초지원연의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국가 대형연구시설로, 첨단 연구장비를 통해 산학연에 다양한 분석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온 경험을 활용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성공 구축에 기여할 것"=기초지원연은 13년 전인 2008년 부터 차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도입 필요성을 정부에 제안하는 등 가속기 분야의 선각자 역할을 해 왔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입지선정 과정에서 '중부권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타당성 조사(충북도)'와 '산업지원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개념설계연구(과기정통부)' 등을 한국원자력연구원, 포항방사광가속기연구소 등과 공동 수행했다. 현재도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관련 각종 기획연구와 예비타당성조사 지원 등에 깊게 관여하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빛을 내는 입자를 가속해 물질의 미세 구조를 분석하는 대형 연구시설로, 기초과학 연구와 신약·신물질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이후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립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백신·치료제 개발 등 각종 신약개발, 차세대 에너지 소재 등 산업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방사광가속기 필요성이 증대됐다.
이에 정부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계획을 마련하고, 지난해 5월 강원 춘천시, 경북 포항시, 전남 나주시, 충북 청주시 등 4개 지자체 간 공모를 벌여, 최종적으로 충북 청주 오창을 낙점했다. 지난해 7월 착공식을 갖고 공사에 들어가 2028년 본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첨단 연구장비 공동 활용 역량과 전문성 확보=기초지원연은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NFEC) 운영을 통해 다른 기관보다 첨단연구장비의 공동 활용에 있어 월등한 경쟁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19년 포항의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에 '대기압 광전자 분광학 빔라인'을 설치해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이 있다. 또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끝단에 구축되는 각종 분석연구장비들은 기초지원연이 활용하고 있는 장비들과 대부분 유사하고, 이 분야의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도 확보하고 있다.
신 원장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려면 국내 각 분야별 가속기 전문가를 모아 이들의 역할을 명확히 분담한 후, 인력을 효과적으로 배치·활용해야 한다"며 "가속기의 핵심인 가속장치 구축 파트에 가속기 구축 경험을 지닌 국내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필요한 경우 해외 전문인력도 유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빔라인 설계와 사업 지원은 첨단연구장비를 세계적 수준으로 운영하고, 분석지원서비스 경험이 많은 기관이 맡아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하는 것부터 운영까지 일괄적으로 수행하도록 해야 성공적으로 완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에서 가속기 구축과 운영 경험을 지닌 전문인력은 포항가속기연구소(PAL), 대형연구시설 구축·운영 경험이 있는 기초지원연, 양성자가속기 운영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 중이온가속기를 구축하고 있는 IBS(기초과학연구원) 등이 있다.
신 원장은 "앞으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에 구축될 여러 빔라인과 기초지원연이 보유한 첨단분석연구장비를 연계하면 보다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장비 국산화 및 산업 생태계 '주춧돌'=신 원장은 국가 연구장비·시설 공동 활용을 위한 대표 연구기관으로, 연구장비 국산화 개발과 산업 지원 등 연구장비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도 많은 관심을 피력했다.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소재·부품·장비 중 장비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크고, 70% 이상을 미국, 일본, 독일 등에 의존하고 있다.
그는 "국내 최고 수준의 분석 역량에 기반한 국산 연구장비 개발은 우리 기관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온전히 담당해야 할 국가적 임무에 속한다"며 "기초지원연 중심의 연구장비 국산화 개발과 연장비 산업 생태계 선순환 구조 확립에 역할을 다하겠다"고 피력했다.
이를 위해, 내부 조직에 '연구장비개발부'를 설치하고, 연구장비 국산화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 들어 그 결실이 서서히 열매를 맺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8년 장기수 박사 연구팀은 '공초점열반사현미경'을 독자 개발해 산업체에 관련 기술을 이전했다. 이 장비는 외산 장비에 비해 10배 가량 우수한 분해능을 지녀 단순히 국산화를 넘어 글로벌 장비 시장을 선도하는 '세계 최고·세계 최초 장비'라는 새 이정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게 신 원장의 설명이다.
또한 외산 장비가 독점하고 있는 '전자기물성측정장비'를 포함해 '보급형 투과전자현미경', '초고자기장 고온초전도자석', '이차이온 질량분석기' 등 다양한 첨단 연구장비의 국산화도 일궈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학, 연구기관, 산업체 등과 연구장비 국산화를 위한 공동 연구를 통해 연구산업 육성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신 원장은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연구장비 개발 관련 원천기술을 대학이나 산업 현장에 제공해 연구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첨단 연구장비 국산화를 가속화해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석과학 선도하는 연구기관' 도약 나서=2000년대 들어 노벨과학상 수상자 중 7.7%(46명)가 새로운 연구장비를 개발한 업적으로 수상했다. 또한 노벨과학상의 85%가 기존 연구장비를 고도화하는 연구개발 과정에서 새로운 발견으로 상을 받았다는 분석결과도 있다.
이렇듯 최근 들어 세계 과학계는 특정 현상 규명보다는 그것을 분석할 수 있는 첨단연구장비에 더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분석기술이나 장비에 있어 외산 의존도가 높다. 이런 현실에서 기초지원연은 국내 최고 수준의 분석지원 역량을 바탕으로 국산 연구장비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 원장은 "우리 기관은 분석이 불가능한 난제 영역에서 새로운 분석법을 찾아내고, 이를 활용한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증명한다면, 노벨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과학적 측면에서 매우 가치 높은 연구개발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분석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올해 처음으로 세계적 수준의 분석과학 전문가를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해 'KBSI 분석과학 마이스터 제도'를 만들어 2명의 수상자로 처음으로 선정하는 등 분석과학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기초과학 확대로 '과학기술 선도국' 도약"=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민의 건강한 삶의 보장은 국가의 가장 최우선 가치가 부각됐다. 신 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기초과학 확대와 개방·공유에 기반한 글로벌 과학기술 협력, 도전적 연구를 지원하는 R&D 시스템 구축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선도국으로 경쟁력을 높이려면 기초과학에 더 많은 지원과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면서 "기초지원연은 분석과학 전문연구기관으로, 연구·산업현장의 난제 해결을 위한 분석과학기술 개발과 국가적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장비 개발에 기관의 역량과 자원을 보다 강화해 나갈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산 연구장비 개발을 통한 기술 자립화 실현으로 수입을 대체하고, 국내 연구장비 산업 육성을 통해 한층 탄탄한 연구산업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과학기술 선도국으로 경쟁력을 한 단계 높여 나가겠다"고 덧붙였다.bongch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