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리스 실증사업 추진 완성차·제조사 등 유기적 연계 규제 샌드박스로 신사업 창출 새비즈니스 모델 수출 기회도
경기도 화성시 소재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에서 (사진 앞줄 왼쪽부터)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한정애 환경부 장관, 정세균 국무총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현대자동차 그룹 제공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현대자동차가 18일 산업통상자원부, 현대글로비스, LG에너지솔루션, KST모빌리티 등과 함께 추진한다고 발표한 전기자동차 배터리 대여(리스) 실증사업의 핵심은 배터리 가격 부담을 낮추면서 동시에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고, 여기에 친환경 재활용 등으로 신시장을 창출한다는 3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 완성차와 배터리 제조사, 물류업체, 택시 운영업체가 유기적으로 연계해 수익모델을 만든다는 것이 이번 실증사업의 주요 목표다.
먼저 택시 플랫폼 사업자(KST모빌리티)는 전기차를 구매한 뒤 바로 배터리 소유권을 리스 운영사에 매각한다. 이후 사업자는 전기차 보유기간 동안 월 단위로 배터리 리스비를 지급한다.
전기차 제조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주행거리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대 40%에 이른다. 세부 비즈니스 모델은 실증 등 검증이 필요하지만, 이론대로면 1대 당 4000만원 수준의 전기차를 3000만원 이하에 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후 해당 차량이 수명을 다하면 이 배터리를 전기차 급속 충전용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활용한다. ESS로 요금이 저렴한 심야 시간대에 전기를 충전한 뒤 이를 차 충전에 이용할 수 있어 운영비용을 절감한다.
현대차는 이 실증 사업을 총괄하면서 택시로 쓰일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을 택시 플랫폼 사업자인 KST모빌리티에 판매한다. 배터리 보증은 물론 교체용 배터리 판매도 담당한다.
현대글로비스는 배터리 대여 서비스 운영과 사용후 배터리 회수 물류를 담당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사용후 배터리를 매입해 안전성과 잔존 가치를 분석한 뒤 ESS로 다시 만든다. 이어 ESS를 차량 운용사인 KST모빌리티에 판매한다.
KST모빌리티는 전기택시 가맹 서비스를 운영하고, 이를 통해 수집되는 주행과 배터리 데이터를 각 참여 기업에 모두 제공한다. 이 데이터는 향후 전기차 경쟁력 강화는 물론 배터리 리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소비자에게 적용하면 정부 보조금 지원 없이도 내연기관차와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를 소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대여 비용만 내면 되기 때문에 향후 공유 플랫폼으로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번 실증사업은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승인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전기차 시장 개화기 때부터 업계에서는 폐배터리 재활용의 주체와 방법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었다. 현행 대기환경보전법 상에서는 보조금 지급 등을 이유로 '전기차 등록 말소 시 폐배터리의 재사용과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재활용하는 사업 주체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폐배터리 발생량은 2020년 약 4700개에서 2025년 1만3000개, 2030년 8만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재처리 또는 재활용에 대한 규정 마련을 요구했다.
독일의 경우 배터리 제조·수입 업체에 배터리 회수와 재활용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 완성차 업체를 배터리 회수의 주체로 하고 배터리 제조사가 재활용 과정에서 상응한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증사업으로 배터리 선순환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해당 플랫폼을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최근 그린 뉴딜 사업 확대를 위한 후속 입법으로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폐배터리 지자체 반납 규정 폐지)이 발의됐으며, 통과 시 향후 민간 차원에서의 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개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부와 산업계가 전기차 보급과 사용후 배터리의 재사용 확대를 위해 힘을 모은 사례"라며 "새로운 혁신 모델 실증을 통해 전기차 생태계가 조기 구축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