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규진 지음 / 페이퍼로드 펴냄
한국사 최초의 쿠데타는 지금부터 2200여 년 전인 BC 194년에 일어났다. 중국 연나라 출신인 위만은 자신을 받아준 고조선의 준왕을 배신하고 왕검성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 위만의 쿠데타는 한국사의 흐름을 바꾼 역사적 결정이었다. 그 이전 우리 역사에는 신의 아들이 왕이 되고, 성스런 군자가 통치를 하여 모두가 예의를 알았고, 문을 열어두어도 물건을 훔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결정 이후 힘과 기회가 있으면 은혜를 베풀어준 상대도 배신하며, 폭력과 기만으로 권력을 쟁취하는 '보통 인간'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모든 사람에게 결정의 순간이 반드시 찾아오듯 역사에도 이런 결정은 분명히 존재한다. 고구려의 평양 천도는 한반도와 만주 동시 경영의 계기가 됐고, 백제의 공주 천도는 망해가는 백제를 살려냈다. 반면 통일을 노린 신라의 나당동맹은 우리 역사의 무대를 한반도 남쪽으로 한정시켜 버렸다. 천 년 가까이 시행된 과거제를 통해선 얻은 것도 많았고 잃은 것도 많았다. 의욕적으로 추진한 세종의 세제 개편 개혁은 기득권의 강한 저항과 함께 끝내 실패로 돌아갔다.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내린 광해군의 고독한 결단은 자신의 몰락을 불렀고, 사망 직전 김조순에게 앞날을 부탁했던 정조의 오판은 세도정치를 열어버린 꼴이 되었다. 1997년 국가부도 사태를 미리 막았더라면 수많은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은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은 고조선 시대 쿠데타에서 21세기 수도 이전 논의까지,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꾼 선택과 결정의 순간을 다루고 있다. 한국사에 큰 영향을 미쳤던 역사적 결정들을 고대·고려·조선·근대·현대 순으로 소개한다. '수천년 한국사의 흐름을 바꾼 역사적 결정을 찾고 그 의미를 새겨보자'는 취지에 따라 우리 시대의 역사학자 100여명이 중요 결정들을 선정했고, 저자가 대표집필 했다. 하나의 결정은 또 다른 결정을 부르고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이 결정들이 모여 역사라는 큰 흐름을 이루기 마련이다. 저자는 "분명한 것은 선택과 결정 모두가 우리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저자의 말대로 더 나은 한국을 만드느냐 마느냐의 역사적 결정은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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